우리의 춤은 변하여 슬픔이 되고 - 고난 중에 근심과 애통을 더하다, 예레미야애가 묵상집 신학과 신앙을 잇는 시리즈
전원희 지음 / 지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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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40일 묵상집’을 컨셉으로 출간되었다. 하지만 막상 꼼꼼히 내용을 뜯어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묵상집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예레미야애가를 스터디하는 가이드 느낌이 든다. 분량이 길지 않은 서론부에만 17개의 각주가 등장한다. 쉽게 말해 저자가 스스로 예레미야애가를 한 절, 한 절, 원어로 읽어가고 연구한 알짬들의 모음에 가깝다.

지금껏 ‘묵상’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정해진 본문을 관찰하고, 가이드를 따라 해석하고, 삶에 적용하는 것을 장려했다. 하지만 본서는 본문에 대한 관찰-해석단계보다는 학습을 장려하는 모양새다. 실제 저자 스스로가 히브리어 본문을 살펴가며 연구한 흔적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후 등장하는 적용 도움 또한 (우리가 흔히 해오던) ’적용’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있기보다는, 저자의 관심사인 ‘신학’과 ‘신앙’을 연결하고자 궁리한 내용에 가깝다.

따라서 본서의 장르는 Qtudy라고 보면 어떨까? Quiet time에 예레미야애가를 Study하기를 장려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실제 40일 분량으로 나뉘어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시간을 들여 하루에 1장, 2장, 3장, 4장, 5장, 이런 방식으로 함께 공부하는 것도 오히려 좋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묵상집’은 본문이 A를 말하더라도, 이를 기반으로 우리 삶에 (전혀 다른 영역이라도) 필요한 B의 메시지를 끄집어내는 것을 사실상 장려해왔다. 이를테면 애가의 몇몇 단락 속에서 상사가 나를 괴롭히는 장면을 생각하고 그에 따른 해법을 궁리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장려해왔다는 말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하지만 본서는 이에 대해 소심하게(?) 이의를 제기한다. 애가에 관한 가이드를 제안하고, 각각 본문과 관련된 해설을 덧붙이며, 끝에는 본문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안한다. 즉 본문이 A를 말하고 있다면, A에 충실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저자의 고민이 좀 더 담겨진,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진화된, Qtudy라는 장르의, 새로운 해설서를 만나고 싶다. 짧은 예언서, 혹은 에스더, 느헤미야나 에스라와 같은 책을, 묵상과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류의. 참고로 QT는 목회자 중심의 설교 혹은 성경공부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나온 새로운 장르였다. 평신도 또한 본문을 직접 읽고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는 신박한 메시지였달까. 그렇다면 Qtudy 또한 본문에서 (성급하게) 적용을 끄집어내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오늘날 시대 속에 필요한 새로운 장르는 아닐까? 본문에 대해 좀 더 귀울여보자. 본문이 말하고 있는 메시지와, 본문을 연구하면서 들었던 질문을 조금만 더 정리해보자. 즉 실제 본문을 학습해보자. 이런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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