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뵈뵈 - 내러티브로 들려주는 바울의 그리스도교
폴라 구더 지음, 진연정.최현만 옮김 / 에클레시아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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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뵈뵈>

시공간적 거리를 두고서 바울서신을 읽고 해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유독 바울서신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명시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암묵적으로 알고 있을법한 이야기를 전제한 상태에서 다시 환기시키고 권면할 뿐입니다. 텍스트로 기록된 바울서신을 입체적으로 읽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바울서신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기록되고 유통되었을까요? 바울서신을 읽고 해석하는 교회 공동체의 교우들은 어떤 방식으로 바울의 메시지를 받아들였을까요? 더 나아가 바울서신에서 말하는 ‘복음’은 각 교우들의 삶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기능했을까요?
<이야기 뵈뵈>는 로마서에 기록된 ‘뵈뵈’에 관련된 두 절의 문장에서 담대하고도 거친 상상력을 발휘하여 당대 교회 공동체의 정황을 묘사한 소설입니다. 근래에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소설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벌써 세 권이나 유통된 일주일 시리즈(<고린도에서 보낸 일주일>, <에베소에서 보낸 일주일>, <예루살렘 함락 후 일주일>)는 한정된 시공간에서 집약된 네러티브를 통해 당대의 문화배경을 고스란히 소개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반면 <이야기 뵈뵈>는 그보다는 더 넓은 시공간 속에서, 때로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를 통해 당대 그리스도교 복음이 유통되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바울이 쓴 로마서를 들고 간 뵈뵈는 사실상 바울의 대변자가 됩니다. 또한 바울의 서신은 능숙한 사람에 의해서 낭독되고 낭독 중간중간에 사람들은 치열하게 토론을 벌입니다. 고린도교회의 예배분위기와 로마교회의 예배분위기가 다르다는 뵈뵈의 인상평도 들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브리스가와 같은 여성 지도자들이 교회를 주도한다는 분위기도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저자는 뵈뵈라는 캐릭터에게 과한 상상력을 불어넣어 기구한 사연을 가진 여성이란 설정을 세웁니다. 뵈뵈라는 여성이 끝내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자신의 과거를 회복하고 새 사람이 되는 이야기, 더 나아가 스페인 선교라는 소명을 받아들이는 이야기가 <이야기 뵈뵈>의 핵심 줄거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성경과 공동체가 한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폴라 구더의 담대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이야기 뵈뵈>는 그 자체로 재밌고 흥미진진한 소설이라기보다는 충분한 교육적 의도를 갖춘 소설에 가깝습니다. 실제 그는 2부에서 ‘정보전달’을 위해 다소 따분한 이야기를 집필했다고 말하고 있으며 <갈릴래아 사람의 그림자> 혹은 <어느 로마 귀족의 죽음>과 같은 역사적 상상의 소설의 사례를 참조했다고 밝힙니다. 그는 미주를 통해 그가 본문 곳곳에서 던져놨던 단서들,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졌던 설명들이 (마치 <갈릴래아 사람의 그림자>처럼) 어떤 학문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를 상세히 해설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떤 연구에 기반해서 소설 내의 설정을 창작했는지 소상히 밝히고 있고, 때로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선택을 ‘메시지’를 위해서 과감히 선택했노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뵈뵈의 기구한 사연이 작위적이며 또한 갈등의 봉합과정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그런 극단적 설정을 통해 뵈뵈라는 한 사람 안에서 신앙이 기능하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일어났을 법한 흥미로운 사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가 과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공동체도 도움이 될뿐더러, 바울의 가르침, 뿐만 아니라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 이야기가 두루두루 복합적으로 기능했다는 사실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이는 당대에 일어났을 법한 일인 동시에, 오늘날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때 당시에 영유하던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을 수 있고, 당대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관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당대에 영유하고 퍼져나갔던 그들의 ‘신념’이 각 공동체와 개인 안에 역사하는 과정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폴라 구더의 <이야기 뵈뵈>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신념(예수-신앙)’이 어떤 방식으로 통용되며 또한 역사하는지, 더 나아가 각 사람들을 회복하고 살리며 새로운 삶의 부르심에까지 기능하는 과정을 그려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제 그대로 ‘네러티브로 들려주는 바울의 그리스도교’ 정도로 이해하면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평면적으로만 보이는 딱딱하게 굳어진 바울서신이 어떻게 생명력 있게 살아서 각 공동체와 개인에게 역사하는지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많은 통찰을 얻게 해줄 것입니다.


*에클레시아북스에서 책을 지원받아 독서하고 남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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