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게 무엇인지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다 같이 모여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크게 웃었다.
마치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것이 전부라는 듯이.
_202쪽
각각의 이야기들은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사람의 등에 붙어 진심을 대신 말하는 액괴,
동물 분장을 했다가 진짜 동물이 되어버린 사람,
기술을 통한 감정의 동화,
풍선을 타고 날아오는 벌룬 파이터,
원인 모를 감염으로 나무가 되어버린 사람.
그러나 이 소재들로 이야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결코 환상이 아니다.
소설을 읽고 문득 찾아오는 여운은
이 사회의 유행 속에 만연해있는 불편한 상황들을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느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러나 이야기 속 묘사와 서술은 결코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세상은 유행이라는 명목하에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던가?
개인적으로는 다른 수록작들보다도
<내가 사는 피부>와 <나무인간>이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본 우리 사회의 어떤 단면이 너무 선명하게 드러나는 듯해
부끄럽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무인간>은 십몇 년 전 개봉한 한 국내영화와 오버랩되어
어쩌면 이 사회가 그때의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게 아닌지
슬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장르소설의 특징을 감안하여, 가볍게 읽는다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다섯 편의 소설이었지만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이야기들이라 더 의미있는 독서가 되었다.
또 좋은 기회로 다섯 작가님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