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남은 자의 음악을 라이브로 듣고 있으려니까 한때는 오래도록 남은 자의 윤택함을 쉬운 길을 택한 결과라고 생각했던, 되먹지 않은 시절 지녔던 편견이 떠올라 말도 안 되게 부끄러워지고 만다. 무대를 보고 있노라니 생기는 감흥이 죄다 비현실적이었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기운이 어느샌가 사악 스미는데, 내 요 근래 언제 또 이런 온기를 느껴봤나 싶었으니 말이다. 비록 듣고 싶었던 몇 곡을 안 들려줬다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eight days a week도 lady madonna도 live and let die도 들었는데 대체 뭐가 문제겠는가.
이십 년쯤 들어온 음악을 라이브로 듣고나서 생각해보니 이십년 가까이 읽어온 책은 없다.
꽤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것이지만, 책 없이는 살 수 있다. 그것도 얼마든지. 그런데 음악 없이는 아마 사는 게 훨씬 짐스러울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짐작하는 바 이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