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10
로버트 스키델스키 & 에드워드 스키델스키 지음, 김병화 옮김, 박종현 감수 / 부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지만, 동시에 현재를 사라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잊힌 질문이기도 하다. 경제학자 케인즈의 에세이에서 출발하는 이 책은 경제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둘 사이의 간극을 매우고,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에서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쓸 데 없는 경쟁을 강요하는 경제학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나는 앞으로 경제학이라는 학문에서 내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무엇을 더 고민해야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나 심한 비판을 당하면 언제나 반발감이 생기기 마련이므로 이책에서 비판할 점도 눈에 띄었다. 물론 `성장`은 결코 최종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작가가 말한 `기본재`의 확충, 모든 시민읜 `좋은 삶`을 만드는 데에 성장이 아주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 작가가 언급했듯이 50~70년대에는 복지 제도의 강화, 노동 조합의 강화등 `좋은 삶`을 위한 정책이 많은 나라에서 펼쳐 졌는데, 이 때 세계는 역사적으로 유래가 없는 고성장 시기라는 언급은 빠져있다. 작가가 비판하는 대처, 레이건등의 신자유주의 역시 오일쇼크로 인해 세계적인 고성장이 한풀 꺾이면서 시작되었다. 성장을 외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성장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좋은 삶˝을 위해서 ˝지금은˝ 성장이 우선이다 라고 주장하며, 이들의 주장은 저성장 기간에 특히 힘을 얻는다. 따라서 좋은 삶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지속적이고 꾸준한 성장˝이므로 성장을 궁극적인 목표로 여기지 않더라도 성장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작가들의 결론에 대부분 동의한다. 특히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빅 데이터등 자본과 기술의 발달이 더욱 가속화되는 이 시점에서, 지금의 체제가 자본주의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인가, 갈수록 줄어들 일자리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를 우리는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하며, 그 때 이 책이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것(경제학)은 우리를 풍요로움의 문턱까지 데려 갈 수는 있지만 그 다음에는 우리 삶에 대한 감독자란 지위에서 물러나야 한다. 케인즈가 "경제학자들이 치과의사만큼 쓸모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했을 때 그의 흉중에 있던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언제나 단어를 신중하게 쓰는 사람이었다. 인류가 경제학자를 필요로 하는 것은 의사로서가 아니라 치과의사로서 라는 것이다. 경제학자는 우리의 삶에서 부단히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를 지배하는 대신, 삶의 주변적인 존재로 자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선물 계약이나 파생상품 거래자, 기타 희귀한 금융상품들의 거래자들은 자기들 거래선의 다른 쪽 끝에 있는 실제 재화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 그들은 순수한 화폐의 세계에 살면서 사물의 가치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다. 모든 것의 가격을 알지만 그 어떤 것의 가치도 모르는 것을 냉소주의라 부를 수 있다면 세계 금융 센터들은 냉소주의의 온상이다.

여가 없는 삶, 모든 것을 다른 무언가를 위해서만 행하는 삶은 정말로 공허하다. 그것은 무엇을 준비하면서 보낸 삶일 뿐 실제로 삶 그자체를 위해 영위된 적이 한번도 없는 삶이다. 여가는 높은 수즌의 사유와 문화의 원천이다. 필요한 일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만 우리는 세게를 참되게 바라 볼 수 있고 삶의 고유한 특성과 윤곽을 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삶의 집단적 비전을 발전시키려 시도하지 않고 부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아무 견해도 없이 그저 되는 대로 살아가는 태도를 취할 여유는 이제 부유한 사회에는 더이상 용인되지 않는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낭비는 돈의 탕진이 아니라 인간적 가능성의 탕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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