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스스 바람이 부는 저녁
양치질을 하고 부모님께 굿나잇 인사를 하고 잠자리에 누우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도무지 잠이 안 와'
'수천가지 질문이 머리 속에 맴도는 걸'
'무한의 끝은 어딜까?'소리내에 읽었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큰아들이 대답합니다
"없어"
'하늘에 구멍을 뚫으면, 무한이 보일까?'
"안 보여"
'그리고 그 구멍에 구멍을 또 하나 뚫는다면 뭐가 나타날까?'
"그게 궁금해?"
'다른 별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그럴까?"
'생각해봐, 어쩌면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 한 명이 우리들 가운데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어디에서 왔지?'
"그게 왜 궁금할까?"
'도대체 누가 맨 처음 인간의 생김새를 생각해 냈을까?'
장단을 맞춰 책을 주고받으며 읽는데 갑자기 묻습니다
"이거 아무말대잔치야?"
"아무말 대잔치?"하고 되묻는 내게
"아무말 대잔치네~"하고 혼자 결론냅니다.
그렇습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번개가 번쩍,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소녀의 머릿 속에 맴도는 수천가지 질문은
무한부터 시작해 존재에 대한 고민, 자신의 내면을 이야기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질운으로 이끌어내고 기대합니다
죽음. 영생. 우주등 다양하게 묻습니다
어떤 질문은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지?
도대체 누가 맨 처음 인간의 생김새를 생각해 냈을까?
우리가 만일 채소처럼 땅에서 솟아 나와 자란다면 어떨까
아니면 공장의 컨테이너 벨트에서 생산되든지
혹은 고철로 만들어지든지
나도 언젠가는 분명히 엄마가 되겠지?
하지만
그런 황당한 질문도 한번쯤은 비슷하게라도 생각해본적이 있지 않았나요?
나는 누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