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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달링
요한나 판 베인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6월
평점 :
요한나 판 베인의 《마이 달링》은 인물들의 이성과 본능, 살려내는 것과 파괴하는 것, 그리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주인공들의 심리가 아주 촘촘하게 얽혀 있다.
귀신과 대화하는 영매 로스와 아름다운 과부 아흐네스, 그리고 곁을 맴도는 혼령 루트의 기묘한 삼각관계는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게 만든다.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의문의 살인 사건과 진실 공방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장르적 재미를 더한다.
상대를 너무 사랑해서 완전히 가지고 싶어 할 때, 그 사랑이 서로를 구원하는 열쇠가 될지 아니면 함께 무너지는 지옥이 될지를 차분하고 서늘한 문체로 그려낸다.
: 밑줄
P. 8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여기에는 뭔가 깊은 내막이 있습니다! 깊은 내막이! 곰곰이 생각할수록 더 많이 보이고, 더 많이 보일수록 더 두려워집니다.
제가 보지 못하는 것이 뭔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또 뭔지 모르겠다고요!"
-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 중
P. 35 문득 울고 싶다는 묘한 충동이 들었다. 소중하고도 사랑스러운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다가 무자비하게 홱 빼앗긴 것만 같았다. 루트조차 위로해 줄 수 없는 충동이었다.
P. 60 그녀는 날 보지 않고 오히려 창문을 바라보았다. 바로 내가 늑대 같은 얼굴을 보았던 그곳을. 지금은 그 얼굴이 사라졌지만, 공포는 여전히 온몸에 서렸다. 악몽에서 막 깨고 난 몇 분 후의 상황처럼 몸뚱이는 도망치거나 방어할 태세를 갖추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P. 74 바보 같게도, 정말 간절하게도 나는 어머니가 어느 정도 내게 애정이 있을 줄 알았다. 실은 그녀도 실제로 애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돈을 더 좋아했던 것이다.
실망 따윈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내가 짐덩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P. 147 이곳은 따스한 색감의 벽돌이 아니라 세월의 흔적으로 팬 딱딱한 회색 돌로만 지었다. 빗물받이는 나뭇가지와 낙엽이 쌓여 막혔고, 처마에 입을 꾹 다문 채 로 달린 가고일들은 세월과 비바람에 거친 선들이 둥그스름하게 닳아버렸다. 나는 잠시 예배당 그림자 속에 서서 가고일과 고딕 양식 아치와 먼지로 얼룩진 스테인드글라스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P. 226 “있잖아, 로스, 너는 가끔 보면 개 같아. 발로 걷어차이면 꼬리를 내리고 널 찬 사람을 뒤따라가서 사과하고 잘못했다고 말하잖아. 발에 차이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실은 넌 그저 작은 강아지일 뿐인데.”
목구멍에서 다시금 통증이 일었다.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알아. 나도 이해해,
P. 400 하지만 난 불평한 적 없어. 단 한 번도, 널 사랑하니까 모든 걸 다 감수할 거야. 그런데 너한테는 내 사랑이 이토록 하찮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너를 위해 받은 고통만큼 너는 날 위 해 고통받지 않겠다는 거야?"
“사랑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라야 해?"
그녀는 더없이 검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렇게 검은데 앞이 보이는 걸까.
“고통과 희생 없이 어떻게 사랑의 힘과 진심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이야?"
찬란하고도 불완전한 나의 루트, 칼에 찔리고 얻어맞고 목 졸리고 물에 빠져 죽은 나의 루트. 난 어떻게 루트가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이해할 거라고 기대했던 거지?
P. 403 "나와 멍에를 같이 매는 귀여운 짝아, 이러지 않아도 돼. 우리는 얼마든지 여기를 떠나서 다른 곳에서 살아갈 수 있어."
루트가 속삭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루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서, 그녀의 특유의 이끼 내음을 들이마셨다. 이 순간이 어서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어. 아니,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