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0 - 달러구트와 양치기 소년 이야기 ㅣ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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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는 늑대와 양치기 소년이 어떻게 밤마다 꿈을 만드는 ‘달러구트’가 되었는지 《달러구트 꿈 백화점 0》은 그 처음을 쫓아간다. 익숙한 고전을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뒤집어 놓은 점이 참 신선하다. 늘 인자해 보였던 주인공의 서툴고 방황하던 청년 시절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가 매일 밤 대수롭지 않게 꾸는 꿈이 사실은 누군가의 치열한 고민과 모험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그 시절 청년 달러구트가 고민하고 선택해야 했던 비밀들은, 오늘날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민과도 닮아 있다.
​이 책은 달러구트 시리즈의 시작이면서 전체 세계관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화려한 꾸밈말을 걷어내고도 마음을 차분하게 울리는, 참 담백한 판타지다.

밑줄

P. 45 "미안하지만 너도 알잖아. 이제 이 근방에서 네가 불면증인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네가 잠도 안 자고 온종일 어머니를 찾아 헤맨 덕에 완전히 증명된 셈이지. 아니라고 잡아떼기라도 하지 그랬니? 네가 스스로 인정한다고 해서 누가 동정해줄 것도 아닌데. 몇몇은 부정 탄다고 가게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래. 완전히 녹틸루카보다 더한 취급이라니까.”
수수는 달러구트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쉴 새 없이 주절거렸다.
“계단상회 사람들이 너를 이렇게 대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보고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누군가는 네가 잠도 못 자니까 하루에 20시간은 거뜬히 일할 수 있을 거라면서 낄낄 웃더라니까?”
“이미 그러고 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

P. 67 이 꿈은...... 그래, '양 세는 꿈'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어! 놀랍게도 100마리의 양을 세기만 하면 아주 깊은 잠으로 데려다준다네. 그래, 코리 할멈에게도 꽤 필요해 보이는데, 요즘 잠은 잘 자고 있나?"
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늘어놓는 게냐? 양 세는 꿈이라 ..... 잠을 더 자게 해준다고? 내 평생 그런 꿈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P. 90 "정신 차려.” 수수가 달러구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눈치 채고 말했다. “지금은 네가 '세 번째 제자의 유서 깊은 가게'의 주인이야. 너 말고는 가게를 지켜 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400고든은 정말 큰돈이지만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액수는 아니야.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지 해야 해."

P. 107 상자에 적힌 문구 아래 검은 양 그림이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 진짜 같은 모양새였다. 달러구트는 한참 동안 검은 양을 쳐다보다가 마침내 상자를 열었다. 검은 양처럼 새까고 울퉁불퉁한 꿈은 이렇다 할 포장도 없이 덩그러니 상자 속에 들어 있었다. 루페를 갖다 대자 짐승의 털 뭉치 같은 것이 소용돌이 치는 게 보였다. 파란 것과 하얀 것, 붉은 것도 섞여 있었는데, 그건 그가 평생 보아온 어떤 꿈의 형상과도 달랐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만든 건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확실한 건 달러구트가 아는 어떤 제작자도 이런 꿈을 만든 적 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P. 115 달러구트는 '양 세는 꿈'을 꾸고 난 이후에 실낱같은 희망이 생기자 모든 것이 그 꿈과 네 시간을 자고난 덕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는 꿈 속에서 봤던 장면들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만약 꿈속에서 만난 검은 양의 질문에 '그래, 넌 늑대 야' 하고 답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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