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윌리엄 해즐릿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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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해즐릿의 에세이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는 인간의 심리 속에서 작동하는 향수와 동경의 감정을 탐구하는 심리학적 에세이다. 해즐릿은 먼 곳에 대한 동경과 현재에 대한 불만을 대비시키며,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한 덧없는 욕망과 갈망을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

윌리엄 해즐릿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대상, 즉 과거와 추억, 미래의 이상향 또는 가보지 못한 낯선 땅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품는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한다. 이러한 동경심은 현재의 삶에 대한 불만족과 권태로 인해 더욱 커지는데, 해즐릿은 이를 “우리가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먼 곳에 대한 동경과 대비하여 현재의 가치를 강조한다. 우리가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다른 곳을 동경하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으로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해즐릿은 유명 화가인 큰형의 영향으로 화가가 되었고, 당대 최고의 미술 비평가로도 인정받았다. 1802년 아버지를 그린 그림이 왕립 예술 아카데미 전시될 정도였다. 하지만 곧 문필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는 1810년대부터 영국의 수필가, 문예 비평가, 저널리스트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셰익스피어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개성 넘치는 문체로 유명했다. 그는 새뮤얼 존슨, 조지 오웰과 함께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필가이자 비평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문예 비평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위상을 대중에게 새롭게 부각시켰고, 오늘날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칼럼과 특집기사, 스포츠 논평 형식을 만든 장본인이다. 낭만주의의 주요 인물인 그는 정치적으로 급진적 이상주의자였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오랜만에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해즐릿이 언급한 책과 인물을 검색해 가며 읽었다. 원서의 원문은 어떻게 쓰여 있을까 궁금했던 페이지도 여러 곳이 나왔고 읽는 내내 기분 좋은 탐구의 시간이었다.


밑줄

P. 32 노스코트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혼자 잇는 것 같다고나 할까, 자신의 생각을 상대하고 있는 사람 같다. 국회의원이든 미인이든 어린아이든 젊은 미술가든 누가 그의 작업실에 들어와도 노스코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는 차별이 없다. 마치 함께 사는 가족의 일원처럼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말을 건다.

P. 60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고동치는 심장에 들러붙는” 윌리엄 위즈워스 《틴턴 수도원 몇 마일 위에서》 것은 멀리서 희미하게 깜박이며 꺼져 가는 작은 불빛이 아니라, 그 불빛과 우리 사이에 놓인 간격이다.
청소년기에는 어른들이 추구하는 것들을 열심히 바라보느라 눈을 혹사하고, 인생의 무대를 떠날 때가 가까워지면 무심했던 어린 시절에 기쁨을 주었던 장난감이나 꽃 같은 것들을 그러 모으려 그렇게 애를 쓴다.

P. 61 나는 기억 상자를 열어 기억의 포로들을 끌어낸다 유년기에 산책하던 장면은 아직도 색이 바래지 않고 금방 칠을 한 듯 기억에 생생하다.

P. 62 꽃과 풀, 잔디밭, 도시 근교의 전원에서 느낀 기쁨들을 그 천진난만했던 시절 처음 본 정원에서 빌려 지금까지 보고 있는 것이다.

P. 65 귀는 소음보다 고요에 더 유혹을 받는다. 고요를 깨는 소리는 마음에 더 깊이 가라앉고 더 오래 남는 법이다.

P. 125 구름이 구름을 덮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한 생각이 다른 생각을 밀어낸다. 머릿속에서는 이론들이 줄줄이 흘러나온다. 그 이론들은 요새이자 덫으로서 집이 되기도 하고 해를 가하기도 하는, 촘촘하고 둥그스름한 거미집 같다기보다는 아무것에나 들러붙어 길게 늘어지고 뒤엉긴 채 바람에 나풀거리며 공상의 한 가닥 빛에 반짝일 뿐인 잔 거미줄 같다.


이 포스팅은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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