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광야에서 > 참으로 유식하신 김용옥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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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옹은 이렇게 말했다 - 醫山問答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4년 1월
평점 :
절판
참, 유식한 인간 김용옥 교수인 것 같다.
최근 각종 방송에 나와 달변으로 자신의 해박함을 자랑하고 있는데, 처음
그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는데, 그 분이 '어버이날'을 기념해 신문
칼럼에 올린 글을 읽고 그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 분의 사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칼럼의 요지는 이러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그 해의 어버이날 장한 어머니로 뽑혀(실제로 김 교수의
집안 및 형제들은 이 사회에서 두드러진 두각을 나타낼 정도로 상당히 똑똑
했으며 자식들도 다 훌륭하게 자랐다고 한다) 시상식에 가려고 할 때 자신이
어머니를 못 가게 막았다는 이야기다.
시상식에 가지 못하게 한 이유는
'이 세상의 어머니들은 다 훌륭하고 거룩하신 분인데 어머니가 제일 훌륭한
어머니라는 말은 인정할 수 없다. 자식으로서 어머니가 제일 훌륭하다고
타인들이 뽑아 주고 인정하는 데, 왜 기쁘지 않겠는가 만은 어머니가 장한
어머니로 뽑혀 수상한다는 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수상 받지
못하는 어머니들을 훌륭하지 못하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절대 어머니는
수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막았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김 교수다운 논리였다고 생각하며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칼럼이었다. 다만 너무 독선적이고 자아 도취적 삶의 형태는 고쳐야 할
그 분의 단점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 분의 에피소드는 또 있다.
얼마 전 자신의 장녀가 결혼할 때 본인이 결혼식의 주례와 사회를 섰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한 이유는 오늘날의 '결혼식 문화'가 잘못 되도 아주 잘못
되었으며 결혼식 절차 역시 전통적이지 못하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으며
자신이 옛 결혼식의 절차와 내용을 재현하면서 참석자들에게 설명도 해 주기
위해 사회와 주례를 겸했다고 한다.
참 별종도 한참 별종인 인물이다.
이런 분이 사색하며 쓴 여러 이야기를 내 수준으로 평가하기가 뭐하다.
그래서 그 분의 글 중에서 마음에 드는 문구를 여기에 정리해 옮겨 본다.
한 번 음미가 필요한 문구들
- 극기복례란 함은 자기를 극복하여 예로 돌아간다는 말임.
- 언어는 문명을 낳았고 문명은 또 다시 인간의 몸덩이를 공룡이상으로 크게 만들었다.
- 리더쉽의 경직성, 이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병폐중의 하나이다.
- 배움을 통하지 않고는 이 세계는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 (禮記의 學期의 문구)
- 서제막급( 臍莫及)이란 기회를 잃어버리면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다는 뜻.
- 대나무가 힘이 있는 것은 그 속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中,下焦가 힘이 있으려면 직장(直腸)이 비어 있어야 한다.
직장이 비어 있을수록 인간의 허리는 강해지는 법이다.
- 자연은 홍역으로 도태시켜야 할 인간의 무리를 또다시 암으로 도태시키고 있다.
- 결혼해서 파생되는 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이해' 가 최고다.
이해란 이성적 구조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느낌의 전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혼의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는 속을 줄 안다는 것이다.
- 폐백(幣帛)이란 원래 '돈과 비단'을 말하는 것으로 고례로 말하자면
親迎 이전에 신랑측이 신부측에 보내는 예물을 상징하는 것이다.
폐백의 올바른 명칭은 '견구고례'이다.
- 폐백할 때 시부모들이 던져 주는 밤(栗)과 대추(棗)의 의미는 밤과 대추
같이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것이 아니라,
栗자와 慄(전율할 율)자와 성운학적으로 통하는 의미이고, 棗자와 早
(이를 조)자가 성운학적으로 동일한 의미여서 밤과 대추를 던져 준다.
그런데 밤과 대추를 던져 주는 것은 모름지기 여자는 매사에 송구스러움을
알아야 하고, 모든 일에 사시나무 떨 듯이 두려운 마음으로 신중히 일을
하라는 뜻으로 던져 주었던 것이다.
- 방귀라는 말은 '기를 내 보낸다'는 의미로 '장의 기침'이라고도 했다.
- 기독교의 본질은 초월적 신의 존재나 그에 대한 신앙을 말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겸손'을 가르치는데 있다.
- 호박 덩쿨은 시계방향으로 감고 올라가는데 나팔꽃 넝쿨은 시계 반대방향
으로 감고 올라간다.
- 동물은 몸이 불편하면 평소에 먹지 않던 풀을 먹고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