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 산책길 - 나무 심는 남자가 들려주는 수목원의 사계
한상경 지음 / 샘터사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자연의 아름다움이 울타리 안으로”

 

한상경 『아침고요 산책길』 (샘터)

 

여유롭게 산책을 해본지가 얼마나 됐는지 생각해본다. 출근길에도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기보다는 버스를 놓칠세라 잰걸음으로 걸어가고 퇴근길에는 1분이라도 집에서 더 쉬기 위해 바삐 걷는다. 산책을 하기 위해서는 틈틈이 동네 주변을 걷기보다는 마음먹고 날을 잡아서 어디론가 다녀와야 한다. 몇 년 전 여름 그렇게 마음을 먹고 친구와 당일치기로 가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남이섬과 쁘띠 프랑스를 둘러보고 남는 시간에 아침고요 수목을 가려고 했지만 짧은 시간에 모두 둘러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왔다. 다음번에 가야지 하면서 마음만 먹고 있던 중 『아침고요 산책길』을 만났다.

 

아침고요수목원의 설립자인 한상경 교수의 에세이집인 이 책에는 저자의 삶과 철학이 담겨있는 글들과 자작시 그리고 아침고요수목원의 아름다운 계절별 풍광과 꽃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실려 있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외양과 달리 돌밭의 황무지를 아침고요수목원으로 일구어내기까지 저자의 삶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거금을 들여 수목원을 설립했지만 무인지경 산속을 알고 찾아와 그가 가꾼 꽃을 봐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절망에 빠져있을 무렵 수목원을 찾아온 한 신문사의 여기자가 ‘깊은 산속, 산속에 비밀의 정원이 있다’라는 문구와 함께 기사를 실었고 그 일을 계기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비밀의 정원’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져 고 최진실 주연의 영화 <편지>의 한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하기에 이른다.

 

물론 저자는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또는 영화 촬영지를 만들기 위해 수목원을 설립한 것이 아니다. “정원이란 자연의 아름다움을 울타리 안으로 옮겨 온 것이다”(p.9) 그의 정원에 대한 철학과 마음은 이 한 문장에 온전히 담겨있다. 캐나다의 부차트가든을 아내와 함께 방문한 그는 그 정원의 아름다움에 취하게 되고, 한국에는 왜 이런 정원이 없을까하고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부차트가든과는 다른 동양적인 미를 갖춘 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다. 그는 그 꿈을 이루어 그의 정원에 자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아름다움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이다.

 

이렇게 정원을 가꾸고 싶다는 소망이 비단 저자만의 생각일까. 도시의 삭막한 생활에 지쳐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시골로 내려가 자신의 정원을 가꾸고 유유자적 하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생각을 막상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음을 말한다. “막상 시골의 일상 속에 자신을 던졌을 때, 어느 것 하나도 사람의 정성 어린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것 없는 농촌 생활의 불편함과 마주했을 때,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장담하건대 그들 중 90퍼센트 이상은 시골에서의 단조로움과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떠날 것이다.”(p.219) 그만큼 아침고요수목원에 담긴 저자의 정성과 노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길이 아름다우면 여행이 더욱 즐거운 법이다“(p.107) 아침고요수목원을 방문하는 길은 저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지만 이 길의 아름다움은 수목원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수목원을 향해 차를 달리는 중에도 이 길에서 소중한 꽃 하나를 발견해내는 저자의 마음은 아침고요수목원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한곳에만 머물 경우,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쉽지가 않다.“(p.220) 그와 그의 정원 덕분에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은 마음의 휴식을 얻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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