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이고 여럿인 세계에 관하여 몸문화연구소 번역총서 4
샹탈 자케 지음, 정지은.김종갑 옮김 / 그린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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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친 듯이 운동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에 운동하며 몸에 대한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공동체 생활을 하며 몸에 대한 철학적인 접근을 경험했다. 명상, 춤, 동서양 우주론 등. 비록 운동에 대한 열정이 식었어도, 주변에 몸과 철학을 엮은 지인들 덕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중 몸의 철학을 종합적으로 다룬 책을 알게 되고, 그 책이 ‘샹탈 자케’의 ‘몸’이다.

‘몸’의 저자 ‘샹탈 자케’는 파리1대학 교수이며, 스피노자 및 몸 철학 전문가이다. 이 책은 끊임없이 몸에 대한 질문을 하며 철학적으로 성찰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철학자가 정의한 몸을 역사적으로 탐색한다.

1~3장은 1부로 한 묶음이다. 1부는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철학자들의 몸에 대한 탐색을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4원소와 몸과 영혼, 정신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가 오간다. 그 과정은 철학자들의 놀라운 통찰을 정리한 후, 그 통찰을 비판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서양철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한 경우 1부가 가장 어려울 것이며, 난해하게 다가올 것이다. 사진 자료도 없고, 생소한 철학 언어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1부와 2부는 서로 연결점이 적고, 현대의 몸 철학을 더 중심으로 보고 싶으면 2부만 읽어도 된다. 하지만 1부의 내용은 현대 철학자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철학에서는 과학주의에 따라 수치화된 인간에서 다시 철학 하는 고유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그들의 철학을 다시 불러들이고, 예술가들은 그들의 철학을 토대로 새로운 표현을 재생산한다. 즉 그들의 철학이 비판받더라도, 그들이 통찰한 철학적 성찰은 지금도 통한다. 여유가 된다고 하면 1부는 차근차근 사유하며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4~5장은 2부로 묶으며, 주로 현대에 근접한 노동, 예술, 윤리, 성차에 대해 다룬다. 그래서 1부에 비해 읽기 쉬우며, 따로 2부만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큰 지장이 없다. 무엇보다 억압의 해방을 몸의 해방으로 주로 해석하며, 그 해방된 몸은 예술로 표현하게 된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스탕달, 오를랑 등 다양한 퍼포먼스 예술가들 소개하고, 건축과 무용으로도 몸을 철학적으로 해석한다. 윤리적 몸은 남에 의해 윤리가 형성되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원초적 본능을 통해 윤리적 몸을 만들어진다고 해명한다. 스스로 만든 윤리적 몸과 타인의 윤리적 몸이 서로 겹치는 것을 보편화하는 것이 진정한 윤리학이다. 성차의 몸은 먼저 육체적 쾌락 에로스를 먼저 풀어간다. 그 이유는 에로스 자체에는 성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성차별은 정신 역사의 문제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즉 남녀의 몸은 다르지만, 그것에 특정 상징을 부여해 비교 판단하는 것이 문제이다. 저자는 프로이트를 비판하며, 남성주의적 관념을 해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여성이 신체적 특수성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몸은 해방되었지만, 그 어느 것도 몸을 전부 해명하고 정의할 수 없게 된다.

개인적으로 ‘동양철학의 부제’가 아쉽다. 동양 철학자는 서양 철학자의 모순과 달리 실천을 중요시하고 보여주었다. 공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철학을 실천했고, 장자는 스스로 자유를 찾기 위해 철학을 했다. 불가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루는 철학이다. 무엇보다 동양의 역학, 우주론도 몸을 철학의 중심으로 다루었다. 무엇보다 서양 퍼포먼스 예술 플락서스(Fluxus)와 현대무용, 소마틱스 등은 동양철학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동양철학의 몸을 함께 넣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책은 몸의 해명이 지속해서 실패하는 것을 보여주며, 몸 자체를 현존하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주고 있다. 몸을 알아야 하지만, 몸은 그 앎 너머의 신비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즉 몸은 항상 양가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 죽음에서 삶, 삶에서 죽음, 기쁨에서 슬픔, 슬픔에서 기쁨, 선에서 악, 악에서 선 등. 서로 교차하면서도 고유하지만, 그 고유함을 일부 공유할 수 있는 몸. 몸은 진리이자 ‘도(道)’이며 ‘에테르(aether)’, 우주의 근원이다. 즉 내 몸을 잘 알고 다루며, 다른 몸과 함께 공존하는 삶이 몸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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