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주변을 지나던 버스의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여기저기에서 공부는 안하고 뭐하는 짓이냐며억쎈 사투리의 비난의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올 때쯤눈물과 콧물 범벅이 된 사람들의 재채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곤 했었다이건 일상이였다각자 본인만의 시선에서 그들과 그 모습을 냄새와 소리와 장면으로 기억한 채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을거고..라문찬의 <드보크>는 이 장면과 통하는 책이다.하지만 그 속엔 이 얘기만 있는 건 아니다20대의 이성을 향한 호기심과 설레임,한눈 팔지 말고 니 할 일만 하고 살라는 가난한 부모의 바램,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노래 가사가 어김없이 떠오르기도 하고,다양한 원인의 의심스런 죽음들이 등장하고,삶은 계란이 들어간 컵라면을 앞에 두고서 검은색 뿔테안경을 쓴 야전잠바를 입었던 복학생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지? 아,너무 어려운걸~이라 투덜 대던 몇십년전의 내마음도 불쑥 떠올랐다.드보크,그게 뭐지?책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표지만큼이나 책 속 내용이 궁금했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읽고서 덮은 이 책은 결말부분의 몇 페이지가 그 진행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긴장감 있었으며 모든 궁금증이 다 풀렸었다 한사람의 인생의 길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포인트는 누구나 있다새내기 성찬과 경석이 선택한 영화 동아리가 그랬을거다20대초반엔 같은 출발점이였으나 중년의 그들은 다른 길을 가고 있고 각자의 20대의 기억을 훼손하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마음들 또한 갖고 있다"제발 좀 불어라 불쌍한 자식아"라는 경석의 한마디 말에서,자신의 아내 유골함 위에 다른 남자의 흔적을 덮어 같이 있어 하는 성찬의 몸짓 하나에 충분히 그 둘의 마음이 보인다아니키스트의 요리책이 이 책엔 두번 등장한다첫번째 등장에서 작가의 의도를 놓치고서 바로 캐치하지 못했음이 무척 아쉽더라는검은색 뿔테안경을 쓰고 야전잠바를 교복처럼 입고 다녔던 그 선배는 지금 어디에서 뭘하고 살고 있을까?궁금하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은 후 쓴 솔직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