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루거 총을 든 할머니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거 총을 든 할머니’
처음 제목을 보고 생각했다. ‘가벼운 내용의 유쾌한 소설이겠구나.’ 그리고 어떤 사연이 있길래 할머니가 총을 들고 있을까 생각했지만, 할머니의 굴곡진 삶과 연관되었으리라 생각지는 않았다.
탕! 탕!
책은 이렇게 격정적인 두 단어로 시작한다.
옆집 드 고르를 쏘며 시작한 이 소설은 이로 인해 용의자가 된 102세의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할머니는 거침이 없었다. 두 살인용의자를 보호하기위해 경찰에게까지 총을 쏜다.
그리고 잡혀들어가 벤투라라는 수사관에게 심문을 받는다. (벤투라에게 정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살인들을 차례로 이야기하는 베르트였다.)
이 베르트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는 거침이 없었다. 집에 루거 총이(나치의 총이었던) 있었고,
그 총의 주인이었던 독일인을 죽여서 자기집의 지하실에 묻었다. 그리고 연이어 전남편들도 묻었으며, 사랑했던 이를 죽인 셋도 죽였다. 할머니가 왜이리 사람을 많이 죽였냐 하면...
일단 할머니가 젊었을 적부터 행동파다.
매력있었던 여성이었고, 하는 일에 거침이 없었다. 다 그의 할머니였던 나나의 영향이었겠지만.
살았던 시대도 전쟁과 겹쳐 격동의 시대를 산 탓도 있었을 거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는 것이 큰 일이 아니어서 베르트도 일단은 여느 여자처럼 참고 살았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참지 못하고 쾅!!폭발해버리는 베르트.
처음에는 1차 대전 시기의 독일군이었다. 이 독일인은 베르트를 강간하려 했지만, 베르트의 기지로 강간은 성공하지 못하고 살해돼 지하실에 묻힌다.
첫남편 뤼시엥과 두번째 이탈리아인 루이지, 세번째 댄서 마르셀 그리고 네번째 화가였던 노르베르. 이들은 내용은 각기 달랐지만 베르트를 소유물로 여기는 것부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행하는 것까지 닮아 참다못한 베르트가 칼로, 그리고 총으로 죽여버린다.
베르트는 총으로 쏴서 행동파의 면모를 나타내고, ( 그당시만 해도 프랑스는 여자를 가정주부라는 명목하에 집에 두고 노예처럼 부리는 것이 가능했다!) 베르트의 시대가 전쟁으로 모든 것이 격동의 시대였던만큼 남편의 살해 또한 잘 넘어갈 수 있었다. (물론 드 고르라는 조력자가 있었다. 나치의 손아귀에서 베르트가 벗어나게 도와준 로즈라는 아이를 임신시킨 개차반. 베르트가 총으로 위협하고 협박해서 베르트의 남편들 처리를 도와줌. 책의 첫장에서 쏜 그 인물과 같은 인물임.)
이런 베르트에게 사랑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첫번째와 두번째 남편의 사이에 있었던 미군 흑인 군인이었던 루터. 그는 베르트의 지방에 잠시 온 것이었고, 이틀간 베르트와 뜨거운 사랑을 하였지만, 유부남이었고 군인이었으므로 복귀를 해야했다.
유일하게 베르트가 죽이지 않은 다섯번째 남편은 약사였다. 이런 남자는 장기적으로 동반자를 하기에 좋을것이라 생각하고 베르트는 결혼을 한다. 이 남자... 베르트르가 평생을 보며 결혼을 했지만, 약뚜껑이 기관지에 걸려 사망... (베르트... 운도 지지리 없지...)
약사를 묻던 날(관에는 빈 관을, 그리고 베르트 지하실에 남편을 묻었다), 잠깐이었지만 강렬한 사랑을 핬단 미군흑인이 꽃을 들고 서있었다...!!! 하지만 동네사람들에는 흑인은 경멸의 대상이었고 루터는 괴롭힘을 당한다. 결국 루터는 살해당했고 그 용의자 셋은 베르트가 살해해버린다.
아흔여덟살 생일날... 세금 징수관이 찾아와 과부신분이 중복됐다면서 찾아온다. 이사람은... 별 이유없이 찾아와 서류를 검토해야한다 말했는데, 총에 맞아 죽는다..
이부분에서는... 죄없는 일반인을 죽이는 내용이 왜 쓰여졌을까 싶었다. 할머니가 이제까지는 스스로 정당화하였으나 어쩔수 없는 연쇄살인범임을 증명하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할머니는 연쇄살인범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아내를 남편의 종속된 자로 보았을 1900년 중초반까지에 할머니가 남편들을 죽이는 외에는 남편을 벗어날 다른 방도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할머니가 너무나 생각없이 결혼이라는 제도를 택한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결혼이라면 좀더 신중하게 남편을 선택했어도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였다면... 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였다면 나의 자유를 막는 이들에게 이런 적극적인 방법(굳이 죽이는 방법 말고도)을 써서 그들에게서 벗어날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에게 대리만족을 한 부분도 있었다. 끔찍하게 고통을 받다가 마지막에는. 탕! 탕! 이라는 글자를 보면 이상한 희열도 느꼈다. 요즘같은 더운 날씨에 시원함까지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며 갑자기 우리나라의 이슈거리에 대해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여자의 속옷은 필수인가 악세사리인가’ ‘속옷이 비치는 옷을 입으면 안되나’ ‘몸에 붙는 옷을 입는 것이 남자들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유발하나’ 등등 이라는 주젯거리로 찬반이 나뉘어 갑론을박을 하곤 한다.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어서 뭐가 옳다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할머니의 남편의 억압에는 브래지어라는 속옷이 있었고, 할머니는 남편을 죽인 후 브래지어를 풀며 시원함을 느낀 장면에서 이 책에서는 이 여성속옷을 억압이라 표현한다 느꼈다.
나도 앞으로 자유롭게 인생을 살고 싶다. 비록 베르트가 너무 극단적인 (살인이라는) 방법을 쓰고 있지만, 벗어나려는 해결책의 한 방도였던 것처럼 나도 적극적인 어필로 나의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