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
양칭샹 지음, 김태성 옮김 / 미래의창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은 후 가장 먼저 든 느낌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무척 중국스러운 책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는 중국인이다. 그러니 당연히 중국스러운 책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말을 굳이 언급한 이유는 저자의 사고가 중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영향을 무척 많이 받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중국 사회를 관찰하고 기술한 이 책은 중국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이 쓴 글이라는 느낌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중국인들 가운데 바링허우라 불리는 80년대 생들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중국은 워낙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약 10년 전부터 중국에서는 출생 연대에 후(後)라는 글자를 붙여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했다'고 한다.(책에서 인용) 바링허우는 80의 중국식 발음인 바링에 '후'자를 붙인, 80년대 생을 일컫는 단어이다.
중국의 80년대 생들은 사회주의적 국가관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그 속에서 꿈을 꾸었다. 특히 농촌 출신의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출세할 수 있다는, 일명 개천에서 용나는 꿈을 꾸었다. 교육을 통해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그 후의 인생은 평탄할 것이라 꿈꿨던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 사회는 변화하고 있었다. 시장 경제에 문을 열어준 것이다. 이제 중국에도 자본주의적 경제관이 자리하게 되며, 경제적 수준에 따른 계급이 발생하게 되었다.
자본이 없는 사람이 성공하기에 무척 어려운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바링허우들이 딱 그 시기에 걸쳐 있는 세대라고 말한다. 그들은 혼란한 사회 속에서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묻는다. 바링허우, 어찌할 것인가?
하지만 저자는 바링허우들을 그리 따스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역사 허무주의라는 개념으로 그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나는 중국 문화에 기초한 저자의 사고관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묻고 싶었다. 그게 왜 잘 못된 것인지에 대해서.
저자는 사회주의적 경제 체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경제관이 우위를 독점하여 자본이 계급을 결정하게 된 이 사회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숙고하지 않고 YOLO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비판한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면 그에 따라 문화, 생활 방식, 심지어 역사까지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서
바링허우의 삶의 모습은 변화한 사회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물론 자본주의가 들어옴에 따른 부작용은 존재한다. 그런 부작용은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이 안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바링허우들이 전에 비해 가벼운 문화를 사유하는 것까지 비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규제를 완화하며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생겨났고, 어쩌면 그들은 이제까지 알지 못 했던 또 다른 문화에 눈을 뜬 것일 수도 있다. 단지, 그 뿐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을 역사의 위에 올려놓고 삿대질을 하고 있다. 왜 여기에서 굳이 역사를 언급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가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인해 붕괴되어가는 상황에 과거로의 향수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과격하게 말하면, 사대주의인 것은 아닐까?
자본주의의 도래로 자본이 없는 사람들이 좋지 않은 여건에서 일을 하고 위로 올라갈 구멍은 보이지 않은 상황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굳이 개개인의 문화적 취향까지 논하며 비판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또한 자본주의의 결과라 해도 그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그들은 지금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과거의 그것과 조금 다를 뿐.
이 책을 읽으며 현재 중국 사회와 우리나라의 사회가 무척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놀랍도록 비슷했다. 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눈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이 책의 저자만큼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