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책의 장르를 꼽으라면 1순위는 문학이다. 그중에서도 소설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고전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과 달리, 지금껏 읽은 고전의 양이 많진 않다. 핑계라면 핑계일 테지만, 읽고 싶은 책 이전에 읽어야 하는 책이 더 많았기 때문이라 변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전이 좋다.
오늘 소개할 책 <금빛 종소리>의 저자 김하나 작가 역시, 고전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녀의 수준은 나와는 천지 차이이다. 고전 덕후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방대함은 서문에서부터 드러난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고전을 읽으면 좋은 이유를 그녀보다 장황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기 전 작가의 서문을 꼭 읽는 편인데, <금빛 종소리>의 서문을 읽고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구체적인 이유를 대며 할 수 있다는 것에 대단함을 느꼈다. 진정 내가 가지고 싶은 능력 중 하나이다.
하지만 서문은 새 발의 피다. 그러므로 <금빛 종소리>는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작고 단단한 책 속엔 옹골차게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책에서 처음 소개하는 책은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이다. 아우라는 남미 소설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남미 소설을 어려워하는 편이라, 직접 처음으로 읽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는 책이었다. 따라서 <금빛 종소리>를 통해 접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아우라>는 환상 소설에 속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분량이 짧은 편이라, 입문용으로 좋다고 말한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책을 소개하는 책의 구성을 상상해 보았을 때, 대부분은 자신의 감상을 소개하는 편이었어서 이번 책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보다는 소설이 기대고 있는 배경지식에 대한 소개의 비중이 더 많았다. 예를 들어, <아우리>는 독서를 할 때 느껴지는 감각을 중요하다 말하는데 그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소설을 차용하는 식이다.
예시로 든 작품 중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좀약을 밟는 느낌이 눈을 밟는 느낌으로 확장되어 가는 부분을 무척 훌륭하다 칭찬하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다른 지점의 놀라움을 느꼈는데, 저 표현을 보고 감탄을 했다는 저자에게 감탄을 했다. 감각의 확장을 글만으로 저렇게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진정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읽는 법부터 다르나 보다.
어쩌면 책 <금빛 종소리>가 실제 고전보다 더 읽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의 넘치는 지식이 흘러넘치는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일타이피를 노리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여러 책에 뻗어 있는 방대한 지식을 이 한 권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 책과는 다른 기대를 하고 읽으면 좋을 책, <금빛 종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