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문학 수업을 들으며, 처음으로 남미 소설을 읽게 되었다. 보르헤스의 '불한당들의 세계사'라는 책이었는데, 뭔가 흥미로워 보이는 제목과 달리 소설의 내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가 안 되니,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포기를 했었다. 심지어 내 인생엔 라틴계 문학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르케스라는 작가가 나를 찾아왔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출생의 작가로, 1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남미를 대표하는 유명 작가이다. 책 <8월에 만나요>는 마르케스의 유고 소설로,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아들들에 의해서 출간되었다. 그는 죽기 전 치매를 앓으며 기억력이 감퇴되었으나, 작품 활동에 꾸준히 정진하였다. 하지만 지난 그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마지막 원고가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것 같다. 따라서 죽기 전 자신의 가족들에게 해당 원고를 절대 출간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몇 해 동안은 그의 유언이 잘 지켜졌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두 아들은 결심한다. 아버지의 투쟁과도 같았던 마지막 원고를 세상에 내보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책 <8월에 만나요>의 외양은 봄을 알리는 듯한 분홍빛 표지와 연보라색 속지가 어우러져, 굉장히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어딘가 나들이를 갈 때 들고나가면 좋을 것 같은 그런 가벼운 느낌이었다. 거장의 작품이라기엔 귀여운 이 소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