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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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대표하는 작가, 천쓰홍. 농가의 아홉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게이이다. 오늘날 타이완 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성소수자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오늘 소개할 책은 그의 장편 소설인 책 <귀신들의 땅>이다. 그에 대한 정보와 함께 읽으면 더 잘 이해가 되는 소설이기에, 그의 사생활(?)을 일부 공개하며 시작하는 바이다.

 

 

책 <귀신들의 땅>에는 정말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이야기는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 그리고 5명의 딸과 2명의 아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책에서 다뤄지는 비중으로 보았을 때, 메인 주인공은 아버지와 둘째 아들 천톈홍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 귀신이고 천톈홍은 소설을 쓰는 게이이다.

 

 

처음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메인은 두 명이지만, 다섯 명의 딸의 시점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책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였는데, 챕터마다 주인공이 달라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물도 많고 이름도 비슷한데, 시점이 자꾸 바뀌니 화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작가의 우수한 필력 덕분에, 책을 읽다 보면 인물들이 정리가 되긴 한다. 따라서 포기하지 않고 읽어 나간다면, 끝내 정리된 하나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은 어렵지만, 집중이 잘 되는 책이어서 속도감 있게 읽어나가기엔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책의 두께가 상당하다 보니, 읽어도 읽어도 끝이 안 난다는 기분이 들긴 하다. 흥미롭고 지루하진 않으니,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책의 배경은 타이완, 대만이다. 과거 대만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남아선호사상이다. 책에 다섯 명이나 되는 딸이 등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아들을 낳지 못하면 죄인 취급을 받던 시절, 오로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집념 하에 무려 5명에 달하는 딸을 낳은 것이다. 책 속에는 딸 중 한 명의 입을 빌려 '애초부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는'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 속에서도 딸들은 항상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따라서 책 속의 딸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심지어 무더기의 딸을 낳은 엄마, 겉보기엔 무식하고 야만적인 아찬마저 알고 보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한 피해자였다.

 

 

작가는 그 아픔이 어른이 된 이후의 삶과도 연결시켜 비극을 극대화하고 있다. 일례로 다섯의 딸들 중 표면적으로 가장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셋째 딸마저, 알고 보면 폭력적인 남편의 통제 하에 불행한 삶을 살아내고 있다. 누구 하나 행복한 삶을 쟁취한 이가 없는 것이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등장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이 반영이 된 부분인지는 몰라도, 책 속에는 다수의 게이들이 등장한다. 발각이 되는 순간, 경찰에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앞에서도 사랑을 멈출 수는 없기에 그들은 하나같이 음지에서 사랑을 나눈다. 그로 인해 원치 않은 피해자가 생기기도 했다. 피해자는 톈홍뿐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책의 두께에 사실 겁이 났던 것이 사실이었다. 과연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까면 깔수록 양파처럼 드러나는 반전에 눈을 멈출 수 없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과연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알고 싶어서 늦은 시간까지 독서를 하기 일쑤였다. 말 그대로 양파같았다.

 

 

올 설 연휴는 책 <귀신들의 땅>의 몫이었다. 온전한 나의 시간을 투자한 것에 후회는 없다.

직접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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