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파블로 카잘스 저자, 앨버트 칸 편자, 김병화 역자 / 한길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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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다. 건축물을 좋아하는 나는 바르셀로나에 방문하여 가우디 투어에 참여했었는데, 당시 가우디의 화려한 건축양식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카탈루냐의 독립 투쟁이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는 멀리서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즉, 하나의 나라가 나라로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소리가 들린다. 아주 간절하고도 우렁찬 목소리가!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역은 지금도 스페인에서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잘은 모르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그 자신만의 문화를 유지해나가려 한다는 것 정도로 알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나,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로 스페인 내부에서는 꽤 큰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파블로 카잘스 역시 카탈루냐의 문화권에서 성장한 사람이다. 그의 삶 속에는 카탈루냐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전 유럽, 나아가 미국에까지 미치는 영향력 있는 첼리스트로서의 삶 속에서도 카탈루냐는 늘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정신이 그의 삶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었던 것 같다.



예술가이지만, 예술가이기 전에 사람이 되고자 했던 카잘스. 그의 삶은 인류애로 점철되어 있었다. 예술이 삶과 떨어져서는 안된다고 믿으며 그 속에서 끊임없이 번뇌했던 그는 단지 예술가라 칭하기엔 철학자적인 면모가 두드러져 보였다. 그런 사려깊음과 섬세함이 그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도록 만든 거대한 동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는 글에서 자주 자신에게 긍정적인 배움을 선사한 사람들을 자주 언급했는데, 첼리스트로서 자신이 명성을 얻기까지 그의 곁에서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평생 안고 살아간 듯 했다. 관계의 소중함,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분명 좋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삶에는 그를 지지하는 좋은 동료들이 늘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이타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있는 카잘스의 의외의 면모를 보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연주 투어 중 투어 매니저가 계약했던 것보다 많은 금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혼쭐내준 사건이나, 유료 리허설 관습을 타파하겠다는 마음으로 리허설 현장에서 연주를 거부하고 이미 관객이 가득 들어찬 연주회장에서 지휘자가 음악을 폄하하는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에 격분하여 연주회장을 뛰쳐나가는 등 카잘스는 자신이 고귀하게 여기는 음악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은 정의의 사도였던 것이다! 이는 카잘스의 음악을 향한 진심을 잘 드러내는 행위였다 생각한다. 자신이 사랑해마지 않는, 평생의 동반자 음악이 자본의 놀이에 전락되는 것을 지켜만볼 수 없는 마음,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관객들에 대한 존중이 그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우연히 만나게 된 첼로에 마음이 뺏겨, 평생을 첼로와 함께 살아갔던 파블로 카잘스. 사실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책을 읽으며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자신도 궁극적으로는 한 명의 육체노동자였다 말하는 그를 보며, 예술인이기 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 존재하겠노라 다짐하는 그를 보며 예술가는 뭔가 일반인과는 다를 것 같다 여겼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딘가 모르게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을 것 같은, 그리고 동떨어져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 예술가를 직업을 기여이 현실 안에 끌어들인 그의 삶의 태도는 나를 퍽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언젠가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삶. 음악에 푹 빠졌던 삶이자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의미를 알았던 삶으로서 파블로 카잘스의 인생은 참 아름다웠다. 책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을 읽으며 아름다웠던 그의 삶을, 그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감사했다.



본 서평은 한길사에서 책을 무상으로 지원받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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