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이지만, 예술가이기 전에 사람이 되고자 했던 카잘스. 그의 삶은 인류애로 점철되어 있었다. 예술이 삶과 떨어져서는 안된다고 믿으며 그 속에서 끊임없이 번뇌했던 그는 단지 예술가라 칭하기엔 철학자적인 면모가 두드러져 보였다. 그런 사려깊음과 섬세함이 그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도록 만든 거대한 동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는 글에서 자주 자신에게 긍정적인 배움을 선사한 사람들을 자주 언급했는데, 첼리스트로서 자신이 명성을 얻기까지 그의 곁에서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평생 안고 살아간 듯 했다. 관계의 소중함,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분명 좋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삶에는 그를 지지하는 좋은 동료들이 늘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이타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몸에 배어있는 카잘스의 의외의 면모를 보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연주 투어 중 투어 매니저가 계약했던 것보다 많은 금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혼쭐내준 사건이나, 유료 리허설 관습을 타파하겠다는 마음으로 리허설 현장에서 연주를 거부하고 이미 관객이 가득 들어찬 연주회장에서 지휘자가 음악을 폄하하는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에 격분하여 연주회장을 뛰쳐나가는 등 카잘스는 자신이 고귀하게 여기는 음악이 자본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은 정의의 사도였던 것이다! 이는 카잘스의 음악을 향한 진심을 잘 드러내는 행위였다 생각한다. 자신이 사랑해마지 않는, 평생의 동반자 음악이 자본의 놀이에 전락되는 것을 지켜만볼 수 없는 마음, 음악을 통해 소통하는 관객들에 대한 존중이 그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