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는 말은 보통 언제 쓰더라, 대개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생각이나 행동 등을 보았을 때 우리는 '미쳤다'라고 말한다. 그것이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든 간에 '정상'이 아닌 것을 '미쳤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상'은 무엇일까? 어떤 상태를 정상이라 말하는 것일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정상'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기준에 따라 정상의 범주는 너울대는 파도처럼 요동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 속 정상의 범주는 보수적인 편이다. 무엇이든 10 사람 중 8-9 사람에게는 해당되어야 정상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상의 범주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1 사람은 비정상인 사람 즉, 미친 사람으로 분류된다.
미친 사람은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불편한 존재이다.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심리적인 거부감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친 사람은 소수이다. 다수의 정상인 사람들은 미친 사람보다 힘이 셀 수밖에 없다. 결국 미친 사람은 정상인 사람들의 기준에 따라 사회의 외딴곳에 격리되게 되고 이것이 최근까지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 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그들을 위한다는 말로 처방한 조치였다.
책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의 저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안병은은 ADHD를 극복하고 정신과 의사가 된 무척이나 인상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ADHD 성향을 오히려 직업적 변주로 활용하여 직접 현장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고 그들이 이 사회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본 책을 써 내려갔다고 한다.
저자는 지역사회 중심 치료를 강조한다. 관리와 통제라는 목적으로 무조건적인 입원 치료를 강조하는 것의 부작용을 강하게 경고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역사회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필요성을 역설한다. 현재의 정신병원 입원은 자의에 의한 입원보다 타의에 의한 입원이 더 많다는 사실과 강요에 의한 입원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환자에게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정신질환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부족한 현실과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부 병원들의 열악한 서비스 등. 최근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을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아직도 이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정신질환 역시 질환의 한 종류일 뿐이다. 신체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정신질환 역시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야 한다. 그들을 사회의 구성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억지로' 입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회복'할 수 있는 진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고가 원활하지 않다고 해서 그들은 미친 것이 아니다. 아픈 것이다. 그저 몸이 아닌 마음이 아픈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나 또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마음껏 아플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아프다고 말하지도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지 않은가? 아플 때는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마음일지라도, 아프다면 환자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