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을 지나 처음 만나게 되는 강아지는 까미. 까미의 모성에 눈물이 나왔다. 우리집 둥이 생각이 났다. 둥이의 까만 눈동자, 발랑 뒤집은 배, 그리고 토실한 엉덩이가 떠올랐다. 까미랑 둥이는 접점도 없는데... 왜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단지 같은 강아지라는 이유만으로 감정 이입이 되었던걸까? 아니면 그저 순간 둥이가 보고 싶었던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내가 감수성이 풍부해진걸까?
자신이 잡아 먹힐 것을 알면서도 끄끝내 주인의 부름에 되돌아왔던 누렁이의 미련한 충성심에 한숨이 나왔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인이 이름을 부르자 더 멀리 못 가고 멈춰선 바보같은 누렁이. 아니, 누렁이를 바보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렁이는 단지 자신의 주인을 사랑했을 뿐인 것을. 그 맹목적인 사랑을 우습다는 듯 악용하는 우리 인간이 더 바보같은 존재는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우리 산책할까요』의 매력은 강아지라는 소재에 얽혀있는 일상의 편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