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살아간다는 것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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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작가가 복귀에게서 잔인하게 외손자 고근까지 앗아가면서까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까? 가 떠올랐다. 작품을 읽는 내내 복귀의 삶에 감정이 이입되어 언제쯤 행복한 날이 찾아오게 될까 하며 가슴을 얼마나 졸였는지 모른다. 한번 시련을 겪으면 어느 샌가 작은 행복이 찾아오기도 하고 이 소설은 이러한 반복을 통해서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 끝내 모두를 떠나보내고 우시장의 소에게서 자신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이름도 복귀라고 자신의 이름을 붙여주며 이야기가 끝이 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중국 역사의 흐름 속 한 인간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을 미화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작가는 운명에 대해 강하게 그리고 자주 반복하여 말하고자한다. 단지 복귀의 삶으로만 운명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나온 것이라면 이 소설은 평범한 이야기를 미화한 것뿐이 되지 않았겠지만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제각기의 운명의 이야기들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었다. 모든 인물이 하나의 생명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대견스러운 일인지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은 운명이라는 거대함에 버텨보기도, 싸워보려고 달려들기도 아니면 무기력하게 흘러가버리기도 한다. 소설의 인물들은 운명이라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 운명의 잔인함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복귀는 이 모든 것들을 겪기도 보기도 하며 운명이 오는 대로 순응해나간다. 그는 많은 세월을 통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살려고 하면 어떻게든 살 수 있고 죽으려고 생각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 수 없는 단순한 이치를 통해서 말이다. 그저 이러한 한 문장으로 풀어놓기에야 쉽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무언가가 들어있을까 생각하면 아득한 마음이 든다.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닌 살아있으니 살아야 하는 것.

 

오늘 날에야 소설처럼 생존에 대한 스트레스 보다는 다른 정신적인 문제로 자살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보인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바닥을 치도록 나쁜 일이 생길수도 있고 행복한일이 생기기도 하며 반복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야 이러한 것을 모를 리 없고 너무 힘이 들어 그랬겠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늙은 노인의 넋두리를 통해 작가는 저마다의 인생에 있어서 헛됨이 없고 모두 아름답고 소중한 것임을 일깨워주었다. 물론 그 안에 담겨 있는 중국 역사 속, 사람들의 정서와 고통 또한 상세한 묘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상상을 해보았다. 복귀가 평범한 농민이 아닌 적극적인 인물이었다면 과연 그와 그들의 운명을 어찌 변화하였을까? 결과적으로는 살아간다는 것에는 평범한 농민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더욱 안타깝고 현실성 있게 다가와 주제 전달하기에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녀야 될 태도인지는 좀 더 고민을 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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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범우고전선 10
N.K. 샌다스 지음, 이현주 옮김 / 범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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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인들의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아직도 그 공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
길가메시라는 영웅을 통해서 나는 나의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떠한 자세로 바라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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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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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나하나가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지 감탄을 하며 읽었다. 문장에서 떠오르는 장면들은 마치 내가 소설 안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주었다. 이렇다 할 줄거리가 없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낯설었다. 하지만 설국이란 장소에서 벌어지고 보여 지는 아름다운 묘사들은 덤덤하게 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일본 특유의 정서를 상당히 강하게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작가의 미적인 것에 대한 그리고 자연에 대한 생각이 깊다는 것이라고도 보인다.

 

이 작품의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현실적이지만 상당히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시마무라라는 인물부터 보자면 직업도 명확하지 않고 고마코를 바라보는 사랑인지 동정인지 방관인지 모를 태도를 보인다. 게다가 요코를 멀리서 바라보며 관찰만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정말 심심한 인물이다. 어차피 머무는 자가 아니라 떠날 자라는 설정부터 작가가 이러한 것을 의도하지 않았을까 싶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시마무라, 서양무용을 보지도 않지만 그것에 관한 글을 쓰고 마음을 온전히 주지도 않지만 일 년에 한 번씩 고마코를 보러 찾아오는 행위, 그러면서도 고마코와는 상반된 매력의 요코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행동은 작가의 자연이나 미를 바라보는 태도나 아니면 자전적인 모습이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추측이 들기도 한다.

 

뚜렷한 갈등도 그렇다고 흥미로운 연애적인 요소도 보이지 않아서 책을 읽은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미술작품을 감상한 기분이라고 할까? 하지만 내가 이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명확히 느끼지 못한 것 같다. 각기 다른 매력의 아름다운 여성들과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소설의 문체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 아마 주제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특히 마지막 요코의 끔찍하지 않은 환상적인 죽음의 모습이 가장 크게 드러난 것 같다. 아니면 이 소설이 무엇이겠니? 라고 질문을 던져준 것 같기도 하다.

 

처음 느껴보는 소설의 형태에 내가 제정신으로 읽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흘러 흘러 본건지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된다면 다시 한 번 정독을 해보아야 할 듯하다. 나 자신은 예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정의를 하는지 기존 생각과 다르게 또한 깊게 생각해보아야 할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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