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의 특징이라면 책의 분량을 쉽게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장점일수도 단점일수도 있겠다. 이 책은 처음엔 작은 부피에 가볍고 흥미 위주의 내용을 담은, 작품성보다는 오락성에 치중한 책일거라 생각했었다. 표지의 색감이나 디자인, 약간 말장난 같은 제목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애초에 그런 책을 바라고 샀기 때문에.이 책은 생각보다 부피가 크고 내용도 가볍지만은 않다. 동물 인지 연구의 시작부터 최근까지의 연구 성과를 인지의 종류에 따라 몇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개괄식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다루는 범위가 꽤 넓다. 원래는 영장류의 인지에 한정할 생각이었다고 한다.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오락성 면에서는 내 예상이 맞았다. 다만 극장가의 흥행공식에 충실 하다는 의미의 오락성은 아니다. 동물의 인지, 쉽게 말해 동물의 지능은 적어도 나에게는 신대륙이다. 아주 많은 것이 새롭다. 그 신기함 하나하나가 다 재미다. 분배는 나중에 합류한 침팬지보다는 사냥에 직접 참여한 침팬지에게 더 유리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알파 수컷도 사냥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면 빈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알라딘 eBook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중에서너무 많아서 밑줄을 치다가 포기했다가 다시 치다가를 반복했다. 동물의 사회생활을 다룬 장에 가장 관심이 갔는데, 인간 특유의 문화라고 생각했던 특성들이 진화의 산물이며 많은 동물들과 공유하는 특성이라는 주장의 실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능, 어쩌면 영혼-이라 부르는 것-도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얘기.
이야기 구조는 문법, 정크는 어휘보편생성문법 이론을 닮은 이야기 구조론. 언어에 촘스키가 있다면 이야기엔 캠벨.스티븐 핑커의 언어 본능을 같이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나 하야오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기분이 딱히 좋지는 않을 책. 작품에 구조밖에 없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말에 문법밖에 없다는, 내용도 색깔도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진듯.
같은 조선이라도 문학 연구자가 그리는 조선과 역사 연구자가 그리는 조선은 색감이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심할 때는 다른 나라 다른 시대 같기도 하다. 국내 연구자와 해외 연구자 사이에도 이런 색감의 차이가 있는데, 그래서 이 책은 문학 연구자인 내 입장에서 볼때 이중으로 색감이 낯설다. 그나마 생업은 역사학 쪽에 한 발 걸치고 있으니 보정이 좀 되겠거니 했는데, 사용하는 자료들 중에 내겐 생소한 것들이 많아 꼭 그렇지도 않았다.이 분 책은 두툼한 솜을 댄 방망이로 뒷통수를 갈기는 느낌도 있다. 교과서나 미디어를 통해 관습화된 것과는 다른, 혹은 이야기된 적 없었던 우리 역사의 단면이라든지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새롭고 낯선 지평 같은 것을 보게 된다. 기억에도 좀 잘 남으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