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을 하나 잡자면 내가 이 책을 전자책으로 사봤다는 것 정도.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주제를 아주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직접 인용이 많은데, 그냥 누가 이런 말을 했다가 아니라 말을 한 사람을 찾아 어디론가 가서 만나고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그 과정들을 시시콜콜 설명하고 묘사한다. 그래서 아주 잘 읽히고 인물과 상황이 생생해진다. 없어도 내용의 손실은 없지만 있어서 읽을 때의 감각과 정서는 더 풍성해진다.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가 갖는 힘을 상당히 잘 구현했다.적어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방치했던 lp 플레이어를 다시 돌렸고 기억해야 할 것과 원고의 얼개를 종이 노트에 적었고 17년 전에 사서 16년 동안 꺼내보지 않은 캐논 필름 카메라의 안부가 궁금해졌고 독립서점과 독립잡지를 검색해봤고 논문을 굳이 출력해서 읽었고 친한 사람과 함께하는 점심 시간이 새삼 소중해졌다. 디지털은 대단하다. 덕분에 아날로그는 더욱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