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고쿠도 시리즈와는 다르다. 고풍스러운 문체는 비슷하고 캐릭터도 같은데, 덜 징그럽고 덜 음울하다. 가볍고 유머러스하다. 그래서 특유의 하드코어한 자극은 좀 약하다. 1장에 성범죄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건드리는 내용이 나온다. 등장인물의 입으로 직접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는데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건 고어투의 대사 때문인 것도 같다. 근대 계몽소설의 한 장면에 나올 것 같은 어투의 일장연설이 그런 어투를 쓸 법한 캐릭터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맥락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

사물의 가치란 그 자체의 본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의적으로 혹은 상황이 무작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관점이 일관되게 이야기의 근저에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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