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심농의 소설에는 좋은 의미로든 아니든 강인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심약한 남성들이 등장한다. 이 전도된 강인함과 심약함을 다룰 줄 모르는 시대가 문제를 발생시킨다. 남자 두 명 몫의 일을 너끈히 해내는 능력을 가진 안나가 남자였다면 혹은 안나가 남자에게만 허용되던 역할을 수행하며 집안의 명실상부한 가장이자 기둥이 될 수 있었다면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의 배경인 지베Givet 는 프랑스의 도시로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에 위치한 곳이다. 지도에서 보면 이 지역만 벨기에 영토 안쪽으로 뾰족하게 들어가 있다. 플랑드르는 벨기에 북부지방이고 그래서 아마도 남부 쪽에 비해 프랑스와의 문화차이가 커 보인다. 오히려 네덜란드에 가까울 것이다. 플랑드르는 상업이 발달하고 신교의 영향으로 금욕주의 성향이 강하다. 농업이 발달한 카톨릭 국가 프랑스와 다르고 이 문화 차이와 빈부의 차이가 반목을 만든다.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심농의 소설에는 선도 악도 없고, 사랑스러운 자도 증오스러운 자도 없다. 모두가 안타까울 뿐이다. 툭하면 범인을 놓아주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항상 어둡지만 음침하지는 않고 해피엔딩이 없지만 왠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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