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약간 불순한 목적으로 찾아갔던 공항은 원래의 목적 따위는 망각하고 아무 것도,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내기에 정말 좋겠다 싶은 곳이었다. 하루종일 바다가 멀리까지 잘 내다 보이는 언덕 위에 앉아 밀물과 썰물과 아침과 저녁과 밤을 지나보내는 것 같기도 하고 거대하고 순한 짐승이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 같기도 했다. 그곳에 산다면 떠나지 않아도 늘 떠나는 기분이 들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