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쓴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다. 처음에 가졌던 자기의 사고방식에서 무언가를 삭제하고 거기에 무언가를 삽입하고 복사하고 이동하여 새롭게 저장할 수가 있다.이런 일을 몇번 되풀이하면 나라는 인간의 사고나 혹은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일시적이고 과도적인 것인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
하지만 나는 문득 이렇게도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과도적이고 일시적인 나 자신이 그리고 나의 행위 자체가 말하자면 여행이라는 행위가 아닐까 하고.
그리고 나는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동시에 어디에도 갈 수 없는 것이다.

501-502쪽.


나는 끊임없이 변하고 흔들리지만 결국 나는 나 자신일뿐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초월할 수 없다. 죽음 이전에는. 삶은 짧은 여행이라는 비유가 여기에서 겹쳐진다.

하루키 에세이답게 쓸데없이 심각하고 무게잡지 않는다. 설득하려들지 않는다. 무심하게 만들어내는 특유의 공기, 분위기에 둘러싸여 나른하게 읽다 보니 어느새 일요일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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