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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 죽음의 미학, 개정판 ㅣ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이문열 엮음, 김석희 외 옮김 / 무블(무블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은 이문열 작가가 101편의 현대 소설을 선정하여 각 주제에 걸맞은 중단편을 엮은 책이다. 1996년 초판을 내고 2000년 초에 하드커버로 나온 뒤 20년만에 전면 개정판을 내놓았다. 이 책에서는 현대 단편 소설에서 죽음을 다루고 있으며 죽음에 관한 다채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마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마르코 베르나르의 [여인의 죽음]이 빠지고 스티븐 크레인의 [구명정]과 마르셀 프루스트의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이 들어갔다.
이 책에 수록된 9편의 중단편 중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주인공 살바니 자작은 병이 깊어 의사로부터 몇 년 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받는다. 짧은 생의 기간 동안 살바니 자작은 과거에 대한 회상과 추억, 연인을 향한 열정과 질투, 삶에 대한 집착, 죽음에 대한 회환 등 여러 차레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이렇듯 자작의 심리 상태를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이소설의 묘미다.
이 소설에서 특이점은 살바니의 조카인 13살 소년의 눈에 투영되는 자작의 모습이다.
"부드럽고 슬픈 빛이 도는 지적인 그의 눈을 보노라면, 알렉시스는 울고 싶을 뿐이었다. 자작의 눈은 이전에도 늘 슬퍼 보여 가장 행복한 시간에도 행복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고, 도리어 어떤 불행에서 위안을 찾는 사람 같아 보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의 모습에서 과감하게 사라진 아저씨의 슬픔이 두 눈 안으로 모두 들어가 숨은 것처럼 느껴졌다. 아저씨의 온몸 가운데서 두 눈만이 수척한 두 볼과 함께 거짓이 없었다."(p232)
"야단났군! 그 역할이 힘겨우셨구나. 가엾은 아저씨!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을 겁내시는 걸까? 왜 이렇게 체면을 세우려고 애쓰실까?"(p233)
소년은 병이 깊어 쇠약해진 자작의 모습을 통해 자신도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이 생명에 대해 집착할수록 결국에는 죽음에 한 발짝 다가갈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보편적 진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년은 천진난만함을 지니고 다시 일상에 전념한다.
죽음은 인간의 존재적 가치를 유한성에 가두어 둔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은 삶에 대한 이해력을 증진시키고 삶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죽음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죽음은 다양한 색채를 발산하며 이 책의 제목인 죽음의 미학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