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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 여인의 초상화 속 숨겨진 이야기
이정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화가에게 영감을 주는 여인을 뮤즈라고 부른다. 화가와 여인의 관계는 연인, 직업적인 모델, 혹은 남 몰래 흠모하는 상대일 수도 있다. 화가는 그림 속 여인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우리는 화가의 붓끝에서 탄생한 여인의 모습에 감동한다. 이 책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라는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으로서 명화 속 숨겨진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면에서 들어온 빛은 소녀의 눈동자와 입술에 영롱한 흔적을 남기고 목덜미를 지나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눈동자와 입술에 찍힌 작은 흰 점은 바로 빛의 흔적이다. 진주에도 같은 광택이 확인된다. 이처럼 완벽한 광택 즉, '빛이 물체의 매끈한 표면에 닿았을 때 만들어지는 흰색의 반짝거림'은 소녀의 감정 변화를 이끄는 동시에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중에서 P133)
여인의 초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단연코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이다. 그림 속 소녀에 대한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아 우리는 소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러한 점이 소녀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 그림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책에서 보았을 때 소녀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의 외모는 빛이 주는 효과에 의해 한층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귀족적 자태와 생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은 당당한 표정에서 상류층의 오만과 차가운 지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허한 눈동자는 내면을 짐작할 수 없고 반쯤 절어져 있는 입에서는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중에서 P260)
이 그림 속 여인은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죽음 앞에서 애타게 부르던 "미디를 불러 줘!"의 미디로 클림트의 오랜 연인 에밀리 플뢰게다. 클림트는 그의 명성만큼 여성 편력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평생토록 가족 이상의 동반자였던 여성은 에밀리 플뢰게가 유일하다. 생전에 클림트는 에밀리 플뢰게의 초상화를 네 번 그렸는데 이 그림이 에밀리 플뢰게의 마지막 초상화다.
클림트의 그림 속 여인들은 대체로 관능적이고 몽환적인 표정을 하고 있는데 이 초상화 속 에밀리 플뢰게는 정적이고 우아한 모습을 보여준다. 클림트의 상징색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렬한 금색 대신에 에밀리의 창백한 피부에 어울리는 푸른 계열의 드레스가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넝쿨과 같은 곡선과 기하학적인 무늬, 머리 뒤에 후광의 장식적인 효과는 에밀리를 추상적인 세계의 존재로 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