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사랑
김현주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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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아니 이렇게 무지해도 되나 싶었다. 모르는 단어가 계속 나와서 나중엔 검색을 하면서 읽어야 했다.

나는 희수와 윤주의 중간 언저리 어디 즈음에 살고 있다. 섹스의 횟수로만 친다면 나는 지금 섹스리스 부부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사이가 좋다. 대체로 그렇다. 남편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기를 좋아하는데, 야근이 잦아 회사 숙소에 지내는 날이 길어지고, 주말부부를 하는 날이 길어지고, 그러다 보니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모든게 부족했다. 어느날은 내가 시든 화초 같았다.

이 소설이 브런치에 연재 되고 있을 때는 남편과 저녁을 함께 보내던 시간이었다. 같이 읽자고 제안해서 브런치를 깔고 보여주었다. 남편도 재미있다고 했다. 그렇게 어렵게 우린 다시 대화를 나눴다. 지금은 다시 거의 주말부부가 된 상태인데, 나누었던 대화가 아쉬웠던지라, 남편과 나는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던건지 알 수 없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남편과 더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하니 우리는 아이에게 시선이 맞춰져 아이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루고 아이와 놀다 각자 잠이 들었다. 그는 다정한 남편이고 좋은 아빠지만, 나는 남편에게 이제는 말해야 겠다. 우리 정말 괜찮은 거냐고.

같이 이야기하면 좋을 내용들을 표시 하다 보니 점점 많아졌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왜 이렇게 까지 부인하고 섹스를 안하게 된 것일까. 남편이 좋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글에 그게 가능하냐는 의문이 쏟아진다. 심각한 주제만 생각했지만 실은 소설이 너무 재미있다. 단숨에 읽었다.

희수 남편은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까. 권력을 원한다는 희수가 바라는 권력은 나를 조금만 배려해주길 바라는 거였는데 말이다. 둘 사이에 가장 필요한건 대화였다. 다른 이유가 더 있지 않을까 궁금하던 결론을 알게 되었을 때는 희수 부부가 애잔했다. 중요한건 그 결말 이후였다. 이유를 알게된 이후의 희수의 행동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역시도 그런 배신감에 사로잡힐 것 같다. 하지만 거기서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고 다음으로 딛고 나아갔다.

나도 우선은 나를 좀더 들여다 봐야겠다. 진짜 원하는게 어떤 것인지. 그리고 계속 대화를 나눠 보려고 한다.

남편과 나의 몸과 마음의 온도를 맞춰가고 싶다.

그렇게 우리는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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