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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암실 ㅣ ANGST
박민정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평점 :
소설가가 궁금하지 않은 소설이 탄생했습니다.
여태까지의 박민정의 소설은 '어떤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 독자는 '아, 소설가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런 문제를 이렇게 소설화 시킬 수 있구나!'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저의 관점으로는 그랬습니다.
사실 위에서 말한 저의 그런 느낌이란 것은 혹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겨났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순간 여태까지의 박민정 소설은 독자에게 ''어떤 문제를 다루려고 한다.'의 느낌을 주었을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이 소설에서는 '어떤 문제를 다루려고 한다.'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박민정의 장편 소설들만 생각해 본다면 '미스 플라이트'에서는 '자살한 승무원을 둘러싼 그 환경'들, '백년해로외전'에서는 '가족과 입양 그리고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소설은 그런 느낌이 없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와 너무 가까운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문제라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또 그것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답을 알지 못하는 유형의 것'입니다. 박민정 소설가는 이번 소설에서 그 답을 제시합니다.
소설의 모든 장면은 하나의 답을 증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많은 지점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Netflix 시리즈로 만들어지면 오징어게임을 이을 K-컨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민정 소설가의 소설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민정 소설가의 소설은 늘 소설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소설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편이었지만 이 소설은 소설가는 사라지고 온전히 이야기만 남는 소설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매번의 소설에서 완전한 스타일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소설은 현재 세상에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독을, 이독을, 삼독을 권합니다.
그들이 보이고자 하는 모습에 그들이 원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누군가 그랬다. 진실은 그가 할 수 있는 것이고 허위는 그가 원하는 것이라고. 나는 그가 할 수 있는 것과 그가 원하는 것 모두 그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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