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루스 굿먼 지음, 이영래 옮김 / 북드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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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 본다. 나도 내가 살지 못했던 여러 시대의 삶이 궁금하지만 그중에 특히 빅토리아 시대 여성의 삶은 어떠했을지 알고 싶어졌다. 왜냐면 19세기 영국에는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메리 셜리 등 여성 작가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가 일어났다. 과학 혁명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고, 사람들은 옳고 그름에 대한 기존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책은 엄격한 규범과 질서, 위계구조가 존재하면서 동시에 혼란스러웠던 빅토리아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람들이 오한과 함께 시작해서 씻는 것에서부터 어떤 옷을 입었는지 아침을 무얼 먹었는지 일하러 갈 때는 무엇을 타고 갔는지 또 일은 어떻게 했는지 세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지은이인 영국의 역사가 루스 굿먼은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해서 씻고 먹고 일터에 가고 집에 돌아오고 마침내 방문이 닫히고 침실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하루 리듬을 따라간다. 저자는 일기, 편지, 자서전, 잡지 신문, 광고, 지침서 등 온갖 문헌과 사료들을 통해 빅토리아 시대 일상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아동의 노동

빅토리아 시대 어린이들은 대부분 일을 했다.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가정의 남자아이들도 열두 살이 지나면 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것이 당연했고, 정규직 노동자로 기록된 아동 중에는 다섯 살짜리도 있었다. 방직 공장은 어린아이들의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1835년부터 1850년까지 영국 방직 노동자의 절반은 18세 미만이었다. 그래서 아동 노동을 다룬 첫 번째 법률은 면직 공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아동 노동이 왜 필수가 되었을까? 새로운 기계들이 성인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내렸기에 가정마다 생계를 위한 돈이 더 필요했다. 노동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더 많은 어린아이들이 노동 시장에 내몰렸다.


학교와 필기시험

빅토리아 시대의 학교는 엄격한 규칙과 규정,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사회에 대비한 삶을 대비한 훈련장이었다. 조금이라도 규칙을 어긴 학생들에겐 체벌이 가해졌고, 체벌에 의지하지 않을 경우 공개적으로 학생에게 창피를 주었다.

그리고 일반인 대상의 필기시험이 빅토리아 시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시험이 도입되기 전 좋은 일자리는 대게 개인적인 인맥과 추천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험이 도입되고 나서 다양한 직업군에서 필기시험을 통해 지원자의 능력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배경이나 인맥 없이 열심히 일하면 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여성

빅토리아시대 사람들의 마음에 공통적으로 깊이 뿌리내린 생각은 남성의 신체가 인간 육체의 완벽한 ‘전형’이라는 믿음이었다. 따라서 여성이 가진 대부분의 특성은 이런 이상에서의 일탈로 여겨졌다. 여성의 월경은 질병의 측면에서 언급되었고 여성의 약점 중 하나로 여겼다. 사춘기 소녀는 특히 취약한 시기로 생각했기에 소녀를 자극하는 예상치 못한 일은 소녀의 앞날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다. 이는 당연히 소녀들의 신체적 활동에 억압으로 작용했고 10대 소녀들은 계단을 뛰어다니는 등의 행동은 자궁을 자극할 수 있으니 금해야 한다는 권고를 받았다.


에밀리 브론테나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소녀들에게 정서적 혼란을 일으키고 성욕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10대 소녀들에게 적합한 책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고 많은 가정에서도 격론의 주제가 되었다고 한다. 여자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는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남자아이들이 받는 교육과 두드러지게 달라졌다. 남자아이들은 지적인 발전을 이루고 국가 고시에 응시하는 반면 여자아이들은 미래의 어머니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키는 교육을 받았다. 한편 이러한 불안이나 유려도 대부분 부유층 소녀들에게 한한 것이었다. 대다수 소녀들은 심한 육체활동이 요구되는 직종에서 정규직으로 일했다.


코르셋

여성에게 코르셋 착용은 사회적 규범을 따르는 일이었다. 코르셋을 입지 않는 여성은 자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코르셋을 벗는다는 것은 인생의 낙오자가 될 각오를 해야 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상을 여성들이 따라야 할 미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굶주림

빅토리아 시대는 유럽 전역에서 식량 공급이 부족했기에 장기간의 굶주림은 빅토리아 시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흔한 경험이었다. 소설가 샬롯 브론테 전기에서도 브론테 자매가 어린 시절 겪었던 끝없는 굶주림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특히 여자아이들에게는 음식을 적게 주는 것이 빅토리아 시대의 자녀 양육에서 널리 퍼져 있던 관행이었다. 배고픔을 견디는 것이 자제심과 극기심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특히 여자아이는 노력과 의지로 식욕을 억제해야 했다.


성문화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은 모든 남성은 강한 성욕을 타고났다고 믿었고, 강한 성욕은 곧 강한 남성성을 뜻했다. 남성은 아내, 정부, 매춘부를 통해 성욕을 배출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남성이 자신의 도덕성과 신체적 건강을 위해 욕구를 다르려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이 존재했다. 아무튼 당대 사람들은 남성이 성욕이 없다면 ‘남자’라고 부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여성은 엄격한 순결과 정조를 지키도록 강요했다. 여성이 남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남편의 건강을 위한 의무이기도 했다. 임신에 대한 현실적인 두려움보다 남편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 당대 여성들의 성의식 중 하나였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다시 한번 삶이란 얼마나 우연적인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가난한 노동 계급 사람들의 삶은 늘 고단했다. 그들은 굶주림, 질병, 과로, 학대에 신음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장기적이고 신체를 변형시키는 영양실조를 겪을 확률이 그 어떤 시대보다 높았다. 반면 부유한 유산계급 사람들은 바빴다. 늘 유행을 좇아 옷을 갖춰 입어야 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테이블 매너를 배워야 했다. 이 시대 상류층은 완두콩을 포크로 찍어 먹을지 퍼먹을지, 자몽을 먹을 때 칼을 사용할지 숟가락을 사용할지 세부적인 식탁 매너 경쟁에 뒤처져서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고민했다.


또 산업혁명 이후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들은 더 부유해질 때 가난한 사람들의 기계화로 인해 노동가치가 떨어지고 임금은 점점 줄어들었다. 빅토리아 시대 어느 가난한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선 어린아이들까지 돈을 벌어야 겨우 먹고살았다. 저자는 빅토리아 시대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재앙인 시대'였다고 말한다.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연구 과정에서 절박한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나간 사람들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고 감탄했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소수를 차지했던 부유한 계급의 사람들보단 그 시대의 다수를 차지했던 가난하고 고단했던 사람들의 삶에 더 시선이 간다. 가난하고 고단했지만 성실하고 억척스럽고 강인하게 그 시대를 살아냈던 지극히 평범한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 모두가 내겐 한 명 한 명의 영웅이다.



*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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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 딥페이크 성범죄부터 온라인 담론 투쟁까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언어들
한국여성학회 기획, 허윤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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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한국여성학회 40주년을 맞아 편찬된 책으로 여성학적 지식뿐 아니라 지금의 디지털 시대가 직면한 의제들을 풀어내고자 기획되었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드러낸 문제들을 어떻게 사유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디지털+페미니즘을 살펴본다. 2010년대 중반의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변화한 양상을 여성학적 시선에서 분석하고 있다. 


★ 한국여성학회 : 1985년 창립되었으며 한국 여성학의 기틀을 마련한 학술 단체이다. 이 책이 출간된 2024년 40주년을 맞이했으며, 그간 한국여성학괴는 가부장제, 젠더, 섹슈얼리티, 노동 등 다양한 주제를 학술적으로 다루었다. 2005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여성학대회를 개최했으며 현재 학회원 수는 1000명을 넘어섰다. 


1부에서는 디지털 페미니즘과 관련된 의제들을 모았다. 사이버 레커와 디지털 여성살인, 온라인 소비 시장에서의 백래시와 남성 소비자 정치, 딥페이크 이미지 등과 같은 기술매개 성폭력, 온라인 페미니즘과 디지털 행동주의 등을 다룬다. 2부는 디지털 시대와 여성주의 지식 생산이 만나는 장면을 살펴본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여성 청년의 페미니스트 되기 과정,  지역 여성운동과의 관계, 인공지능 윤리 문제, IT 업계의 젠더 편향 등을 다룬다. 3부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페미니즘이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현 상황을 진단하면서 능력주의와 젠더가 만나 빚어지는 갈등에 대해 살핀다. 


디지털 기술은 페미니즘의 담론 형성이나 전개 양상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PC 통신,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가 1990년대 영페미니스트들의 활동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고, 2010년대 페미니즘 리부트에도 디지털 미디어가 전면에 등장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은 페미니즘의 대중화에 영향을 주었고 디지털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행동주의는 '따로 또 같이'라는 느슨하고 일시적인 연대를 만들어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의 지점에서 우리가 디지털과 페미니즘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지금의 디지털 사회가 만들어내는 문제를 읽어내는 힘을 길러줌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길잡이가 되어 준다. 



우리 시대를 읽다

이 책은 한국 여성학의 최전선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의제 열두 개를 다루고 있다. 여성학 역시 다른 학문들처럼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시대의 문제를 톺아보고 질문을 던지며 답을 모색하는 학문이다. 페미니즘이나 여성학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불편함을 느끼거나 반사적인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음을 안다.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저항 담론이 많은 분야일수록 현실을 입체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 책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은 우리 시대의 좌절과 분노, 기대와 욕망을 읽는 눈을 길러 준다.


먼저 이 책을 통해 배운 우리 시대를 읽는 단어들을 몇 개 소개하고 싶다. 우리 시대를 표현하는 단어를 떠올려 보니 '신자유주의', '소비주의', '능력주의', '나르시시즘', '경쟁사회', '각자도생사회',  '축소사회' 등이 순식간에 떠오른다. 이 책을 통해 '디지털 고어 자본주의', '가시성 정치', '백래시 정치학', '랟펨 정치학', '자산기반 경제' 등 어디선가 들어는 보았지만 명확한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았던 단어들과 개념에 대한 이해를 다질 수 있었다.


디지털 고어 자본주의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웠거나 기존의 앎을 두텁게 해준  우리 시대를 설명하는 단어들 중 제일 먼저 공유하고 싶은 것은 1부 1장에서 나오는 '디지털 고어 자본주의'라는 개념이다. 철학자이자 트랜스페미니스트인 사야크 발렌시아는 고향 멕시코의 나르코 국가를 분석한 『고어 자본주의』에서 '고어 자본주의'라는 말은 고안했다. 고어 자본주의는 국가가 무너지고 마피아가 국가 자체가 된 멕시코의 생산 양식을 포착하는 말로 폭력과 살인, 신체 훼손과 시신을 자본축적의 수단으로 삼는다. 사야크 발렌시아의 통찰은 정경유착을 바탕으로 약자에 대한 착취, 위험을 자본 축적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력이 자본 축적 수단이 된 사회에서 디지털 기술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폭력을 산업화한다. N번방, 악플러, 사이버 레커 등은 온라인 공간을 거점으로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고어 자본주의의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다.  



자산기반 경제


능력주의 시대에서 태어난 우리는 개인의 노력을 통해 얻어낸 능력으로 삶에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다고 배웠다. 자기 자신이  '인적자본'이 되었기에 우리는 이를 잘 관리하여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한편 신자유주의 시대는 일상생활의 금융화를 가져왔고 모든 종류의 사물(자신의 신체를 포함하여)이 자산으로 전환되었다. 자산가치가 상승하고 임금가치가 하락하는 경제적 변화 속에서 경제적 성공은 이제 노력이나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자본을 얼마나 세습했는지의 문제가 되었다. 

자산기반 경제 시대는 자기계발을 통해 스스로를 자산화 시켜야 하는데 남성들 중에는 자신의 몸이 자본화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주체들이 생겨났다. 이 남성들은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담보로 실제 대출도 받을 수 있고 어떤 투자 없이 지속적으로 연애도 가능한 자들로 본다. 반면 스스로의 몸은 담보 가치가 없다고 설정하고 스스로를 약자이자 태생적으로 자산을 덜 소유한 불공정한 피해자로 본다. 





온라인 세계, 격화-공격의 정서가 지배하는 곳
SNS에서 상호 경청과 진정한 소통은 가능할까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가 시작될 즈음 디지털 사회가 선언되었다. 그 시대 사람들에겐 온라인 세계는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의견이 오갈 것이라는 희망이 존재했다. 그러나 4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는 그런 기대를 대폭 수정했다. 온라인에서는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는 누구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들 한다. 우리는 의사를 표출하는 동시에 다양한 의견들을 듣는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행동주의는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온라인 행동주의는 단발적이고 파편화되기 쉬우며 지속성이 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의 지속성이 낮음에도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한다. 한편 우리의 의견이 과연 이 세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일까. 온라인 세계에서 접하는 의견들은 이미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필터 버블을 거친 편향된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 끼리끼리 뭉친 온라인 공간에서 의견은 더욱더 편향되고 분노는 격화된다. 편향된 정보에 과잉 노출된 개인은 상호 경청과 소통의 윤리를 배워야 한다. 


갈등과 혐오의 표면 아래 있는 것
우리의 혐오는 정말로 '우리'만의 것인가



3장 〈돈 되지 않는 몸을 가진 남성-피해자들〉에서 여성학자인 덕성여대 김주희 교수는 젠더 갈등이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처음 목격되었던 해는 여가부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언설이 공고해진 2007년으로 본다. 작금의 젠더 갈등 담론은 20대 남성을 향한 정치권의 구애와 무관하지 않다. 남성 피해자 담론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누구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담론인지 되묻게 된다. 

 "이러한 차이가 '누구'의 어떤 기준을 중심으로 포착되고 줄 세워지는지 골몰하지 않는 한, 이것은 어디까지나 공허한 메시지이자 이데올로기적 선동이 될 뿐이다."(P314)라는 문장에 밑줄을 쳤다. 

응당 가져야 할 것이라 기대되었던 것을 가지지 못한 자들, 가지고 있던 것을 잃었다고 느끼는 자들은 반드시 '무언가'를 겪고 느끼기 마련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체험한 '무언가'의 정서에 이름을 붙이고 방향성을 주고 어딘가로 이끌고 가는 주체가 그들 스스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러한 사례를 무수히 보았다. 1차 세계대전에 패망 이후 히틀러 나치당은 유대인 혐오 정서를 부추겨 지지율을 올렸고, 결정적으로 대공황에 따른 독일의 경제 위기를 활용해서 정권을 잡았다. 현재 유럽과 미국을 휩쓸고 있는 극우 우파 정당도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몇 가지 원인으로 축소시켜 진단하고 그 해법으로는 이민자, 난민 등 소수자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우리 시대에서 정말로 약자는 누구인가. 여성들이 정말로 사회의 모든 면에서 평등을 누리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 정말로 구조적 불평등이 사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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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들의 참여와 주목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디지털 플랫폼 산업은 사람들의 분노 원한을 증폭시키며 피해를 탈 맥락화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 P333

‘공정‘ 담론에 여성주의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다름 아니라 동시대 성차별을 공정의 언표로 만드는 경제적 가상과 연동하는 젠더에 대한 비판적 개입이 필요하다. 동시대 공정 담론은 자산화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를 구축하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한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자기기반 경제를 문화적 측면으로만 이해하는 것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사회복지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 개인이 생존 비용을 마련하고자 금융시장에 더욱 깊숙하게 개입하게 되는 금융화 과정에 대한 페미니스트 분석이 수반되어야 한다. (중략)

산술화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기에 약자와 배제된 이들에 대한 폭력과 무시를 용이하게 만든다. 나아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결합하는 여성 몸의 자본과 과정에 관한 관심도 촉구해야 할 것이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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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공익 -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류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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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그가 공익ㆍ인권변호사로 일하면서 겪었던 내용을 엮어 그의 첫 번째 책 『불온한 공익』을 펴냈다. 류하경 변호사는 ‘공익’, ‘인권’이라 불리는 가치를 지키고 그 개념을 확장하기 위해 오늘도 거리에서 법정에서 싸우고 있다. 그는 변호사 합경 통지를 받고 3개월 뒤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형사재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오로지 '나 자신'과 '내 가족' 밖에 없는 우리 시대에도 소수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활동가와 운동가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들려준다. 

이 책의 저자를 포함하여 인권을 수호하는 변호사들은 왜 거리로 나서는 것일까?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법정이 아닌 걸까? 먼저 그는 이 책에서 끝없는 무의미 속에서 삶의 의미가 필요했고 무엇보다 변호사법 제1조제1항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말한다. 여기서 변호사법 제1조제1항의 내용은 무엇일까?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변호사법 [법률 제17828호, 2021.1.5., 일부개정]

제1조(변호사의 사명) ①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②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변호사법을 찾아본 적이 없었기에 변호사의 사명이 이토록 정의롭고 거룩한지 미처 몰랐다. 저자는 법정 다툼은 시간이 오래 걸리며, 이미 피해가 생긴 뒤에는 권리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변호사는 인권이 침해되는 현장에 직접 나서서 권리 구제에 나서기도 한다. 


저자는 '공익'의 개념은 사회적 '허용' 여부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익'이란 '사회적약자의 사익 중 현재의 공동체 다수가 위험하지 않다고 보아 그 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사익'(p6)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익'도 한때는 누군가의 '사익'이었다. 장애인의 이동권이라는 '사익'은 지배세력과 대중의 인정을 받았기에 비로소 공익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조합의 임금 및 단체 협력 투쟁은 여전히 공익이라 부르길 주저한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보고 그들의 사익 추구가 과연 공익 추구인지 제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인류의 역사는 '공익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을 노예 삼고, 여성에겐 가정의 천사로만 살라고 억압하고, 아동들을 가혹한 노동 현장에 내몰고, 사람을 신분으로 구분했다. 백인 농장주와 남성들과 자본가들과 양반들과 귀족들에겐 과격하게 보였던 사익 추구 덕분에 오늘날 더 많은 사람들이 공익의 혜택을 보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가 맡은 사건들을 따라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언젠가 아홉시 뉴스에서 별생각 없이 흘려 들었던 사건들의 실체를 알게 된다. 


2013년 대한문 앞이 집회 금지 구역이 되자 헌법 제2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저자를 포함해 변호사들은 거리에 나서자 근대사회가 국가에 위임한 폭력 행사의 권한인 공권력은 이 변호사들을 기소했다.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거리의 변호사들과 공권력은 서로에 맞서 장장 10년에 걸친 법정 싸움을 벌였다. 또 서울시교육청의 스쿨 미투 사건 처리와 관련한 5년에 걸친 행정소송은 국가가 과연 누구의 편에 서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의 지은이가 길렀던 반려견 로마의 '동물 등록 신청'을 놓고 벌인 행정소송은 "침대를 사람에 맞춰서 만들지 않고, 사람더러 침대에 맞추라" 식으로 운영되었던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을 개선하는데 성공한다. 


 '영혼 살인'을 당한 아파트 경비 노동자  A 씨의 사건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갑질 문제, 이웃들의 관심과 실천의 중요성, 인식 개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시급 440원 인상, 샤워실 설치, 퇴사자 공석에 신규 채용'이라는 너무나 소소한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한 연세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수업 방해가 된다며 이들을 업무방해죄로 형사고소고발과 민사 손해배상청구를 한 세 명의 연세대 학생들 사건 역시 언젠가 저녁 뉴스에서 들었던 일이다. 나의 이모였을 수도 있었던 연세대 청소 노동자들이 요구한 조건의 소소함에 가슴이 아팠고, 혹시라도 자신들의 적법한 쟁의행위가 학생들의 수업에 방해가 될까 봐 조심하며 학생들을 아꼈던 청소 노동자들의 배려에 마음이 더 아팠다. 


이 책 전반에서 등장하는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관련된 사건들(메탄올 실명 사건, 신세계 이마트 사건, 삼성 내 노동조합 설립 사건 등)은 분명 과거의 언젠가 뉴스에서 접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사건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이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 그리고 이 노동자들의 위해 애쓰는 변호사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저자가 노동 사건에 국한해서 동의하는 구체적 방법(노동 법원 신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노동조합 가입률 혁신적 제고)도 눈여겨보았다. 이 방법들이 입법화되어 향후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노동 사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게 된 대중으로서 향후 노동자의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대중의 동참이 필요하다면 꼭 힘에 보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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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 - 시장주의와 반공주의를 넘어, 비판적 중국 연구의 새로운 시각
이반 프란체스키니.니콜라스 루베르 지음, 하남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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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는 오픈 엑세스 출판물 ‘메이드 인 차이나 저널’에서 출판된 책으로, 저널의 공동 편집자인 이반 프란체스키니와 니콜라스 루베르가 책의 공저자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저널’은 중국의 노동, 인권, 시민 사회를 비롯한 중국의 정치와 사회 전반을 연구한 성과를 담고 있으며 2016년 4월 창간호를 발간했다.


이 책은 중국을 바라보는 기존의 극단적인 견해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일부로서 생각할 수 있는 대안적 틀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로 집필되었다. 중국에 대한 극단적인 두 견해 중국을 사회주의 낙원으로 여기는 관점과 중국을 자본주의 서구가 표방하는 가치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는 관점을 말한다. 이 두 견해는 정치적 스펙트럼 양극단에 존재하면서 중국에 대한 통합적 이해의 틀을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에 대한 공적 논쟁에 개입하여 논의의 방향을 바꾸고자 시도한다.



중국을 다른 세계와 분리된 '타자'로 간주하는 

세 가지 프레임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는 그간 중국을 비우호적이고 모순되며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해석해왔다. 이 책의 <들어가기>에서  중국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가 ‘중국을 ‘실재’ 세계 외부에 존재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타자’로 상정하며 이루어진다고 언급한다. 중국에 대한 ‘타자화된’ 묘사는 중국의 안과 밖에서 중국을 경험하는 사람들 모두에 해당한다. 이 책은 중국을 타자화하는 주요 접근법(이 책에서는 ‘경쟁적인 프레임’이라고 표현한다)을 세 개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각각의 프레임이 가진 한계를 지적한다.

(1) 본질주의적 접근법 : 보통 '예외주의'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이 책에서는 '본질주의'라고 명명한다. 이 관점은 중국의 '국민성' 논쟁을 연상시키는 추론 방식으로, 중국은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 체제의 전형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2) 산파술적 접근법 : 중국을 '변화'시킨다는 오래된 관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접근법의 핵심 가정은 다른 국가들이 중국에 더 많이 관여할수록, 중국이 국제 체제와 제도에 더 깊이 편입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대화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산파술'적 접근법이라 명명한다.


(3) 그쪽이야말로주의적 접근법 : 중국에 대한 모든 비판을 위선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프레임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점이다. 중국의 인권 탄압이나 비민주성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가 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국가들의 잘못을 꺼내 논점을 흘려버리는 방식이다.


이 책은 위 세 가지 접근법으로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은 중국과 세계의 얽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관계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역동적인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와 상호작용하고 그를 기반으로 구축된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뚝 떨어져 별개로 존재하는 타자가 아니다. 중국은 자본주의 동역학에 따라 작동하는 세계 체제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펼치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을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서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적 접근법인 '글로벌 차이나'를 제안한다.

글로벌 차이나라는 개념은 중국과 세계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중국의 국제적 관여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이론적 틀을 말한다. 흔히 '중국적인 것'으로만 읽히는 문제들은 실제로는 복잡한 역학 관계와 상호 연계의 결과라는 것이 이 책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바이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다섯 가지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얽힌 관계들을 검토한다. 다섯 가지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1. 중국의 노동 체제의 문제

  2. 디지털 감시

  3. 신장 위구르에서의 대량 억류 문제

  4. 해외 투자 문제

  5. 학문의 자유 침식


위 다섯 가지 쟁점들을 통해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와 중국이 어떻게 밀접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살펴본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쟁점인 중국의 노동 문제를 잠시 언급해 보자. 그간 선진 세계에서는 중국의 노동 문제를 '사회적 덤핑', '바닥으로의 경주'를 부채질했다는 식으로 비난해왔다. 중국 노동 문제의 복잡성을 공정하게 설명하는데 실패했다. 이 책에서는 중국이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 조건이 침식되고 있는 국제적 맥락에 스스로 편입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경향을 지적하고 중국 스스로도 변화와 적응을 강요받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의 노동계약법은 중국 내외부 기업들의 압력에 굴복했고, 노동 기준을 끌어내리고 있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에 적응했다는 것이 이 책이 내놓는 주장이다.



이 책은 중국을 왜곡 없이  해석하기 위한 비판적 중국 연구의 인식론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세계 속에 깊이 침투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 세계를 파악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중국의 툭수성과 세계와의 연관성을 깊이 살피며 중국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방법으로서의글로벌차이나
#이반프란체스키니 #니콜라스루베르 #하남석옮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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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길 - 대화의 해석학을 향하여
이승종.윤유석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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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길』 부제는 <대화의 해석학을 행하여>이다.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세대 철학과 이승종 교수와 그의 제자이자 현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는 윤유석이 철학의 다양한 주제와 이승종 교수의 철학적 여정에 대해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두 철학자는  현대철학, 영미철학, 대륙철학, 비교철학, 한국철학, 역사철학 등 철학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대화를 문답식으로 이어간다.


한편 이 책은 왜 2인칭적 대화 방식으로 쓰였을까? 이승종 교수는 철학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1인칭적 독백이나 3인칭적 관찰이 아니라 2인칭적 대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9-10) 철학이 우리에게 밝혀주는 진리란, 주관적 심리상태에 대한 진리도 아니고, 객관적 사물에 대한 진리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성립하는 ‘사람의 진리‘와 ’사람의 사실’이라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루는 두 명의 철학자는 비트겐슈타인과 하이데거이다. 현대철학의 지형도를 ‘대륙철학’과 ‘영미철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교수는 각 철학에 대한 논의를 비트겐슈타인(영미철학)과 하이데거(대륙철학) 두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이 책은 아직 내겐 쉬운 책은 아니다. 책머리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에서 소개되는 내용은 개론 수준의 뻔한 설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 천년의 역사를 가진 서양철학사를 시기와 인물과 그들의 주요 저작과 사상을 압축적으로 정리한 대중 교양 철학서가 아니라 두 철학자가 실제로 철학 하는 모습을 대화로 보여준다. 어떤 대화들은 대중 철학서 중심의 독서를 해온 내게 이해가 되기도 하고 어떤 대화는 이해할 수 없는 학술적 수준에 있다. 


그럼에도 저만의 방구석에서 홀로 천천히 철학의 길을 가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가치 있는 책이다. 왜냐면 어떤 씨앗들을 건네 주기 때문이다. 대중 교양 수준의 철학서라도 책에서 감동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듯 우리 모두는 각자 인생에선 철학자요 수행자이다. 우리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대화에서도 어떠한 씨앗들을 주울 수 있다. 우리는 이 씨앗들을 조용히 품고 있다가 각자의 사정에 맞게 싹 틔울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현대철학에 대해 이런저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밑그림을 그려준다. 아직은 거친 수준의 스케치라 할 지라도 향후의 읽기와 공부에 도움을 받기엔 충분하다.



@woojoos_story 모집 @세창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클럽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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