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 - 시장주의와 반공주의를 넘어, 비판적 중국 연구의 새로운 시각
이반 프란체스키니.니콜라스 루베르 지음, 하남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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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는 오픈 엑세스 출판물 ‘메이드 인 차이나 저널’에서 출판된 책으로, 저널의 공동 편집자인 이반 프란체스키니와 니콜라스 루베르가 책의 공저자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저널’은 중국의 노동, 인권, 시민 사회를 비롯한 중국의 정치와 사회 전반을 연구한 성과를 담고 있으며 2016년 4월 창간호를 발간했다.


이 책은 중국을 바라보는 기존의 극단적인 견해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일부로서 생각할 수 있는 대안적 틀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로 집필되었다. 중국에 대한 극단적인 두 견해 중국을 사회주의 낙원으로 여기는 관점과 중국을 자본주의 서구가 표방하는 가치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는 관점을 말한다. 이 두 견해는 정치적 스펙트럼 양극단에 존재하면서 중국에 대한 통합적 이해의 틀을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에 대한 공적 논쟁에 개입하여 논의의 방향을 바꾸고자 시도한다.



중국을 다른 세계와 분리된 '타자'로 간주하는 

세 가지 프레임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는 그간 중국을 비우호적이고 모순되며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해석해왔다. 이 책의 <들어가기>에서  중국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가 ‘중국을 ‘실재’ 세계 외부에 존재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타자’로 상정하며 이루어진다고 언급한다. 중국에 대한 ‘타자화된’ 묘사는 중국의 안과 밖에서 중국을 경험하는 사람들 모두에 해당한다. 이 책은 중국을 타자화하는 주요 접근법(이 책에서는 ‘경쟁적인 프레임’이라고 표현한다)을 세 개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각각의 프레임이 가진 한계를 지적한다.

(1) 본질주의적 접근법 : 보통 '예외주의'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이 책에서는 '본질주의'라고 명명한다. 이 관점은 중국의 '국민성' 논쟁을 연상시키는 추론 방식으로, 중국은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 체제의 전형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2) 산파술적 접근법 : 중국을 '변화'시킨다는 오래된 관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접근법의 핵심 가정은 다른 국가들이 중국에 더 많이 관여할수록, 중국이 국제 체제와 제도에 더 깊이 편입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대화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산파술'적 접근법이라 명명한다.


(3) 그쪽이야말로주의적 접근법 : 중국에 대한 모든 비판을 위선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프레임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점이다. 중국의 인권 탄압이나 비민주성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가 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국가들의 잘못을 꺼내 논점을 흘려버리는 방식이다.


이 책은 위 세 가지 접근법으로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이 책은 중국과 세계의 얽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관계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역동적인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와 상호작용하고 그를 기반으로 구축된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뚝 떨어져 별개로 존재하는 타자가 아니다. 중국은 자본주의 동역학에 따라 작동하는 세계 체제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펼치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을 분리된 개체가 아니라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서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적 접근법인 '글로벌 차이나'를 제안한다.

글로벌 차이나라는 개념은 중국과 세계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중국의 국제적 관여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이론적 틀을 말한다. 흔히 '중국적인 것'으로만 읽히는 문제들은 실제로는 복잡한 역학 관계와 상호 연계의 결과라는 것이 이 책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바이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다섯 가지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얽힌 관계들을 검토한다. 다섯 가지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1. 중국의 노동 체제의 문제

  2. 디지털 감시

  3. 신장 위구르에서의 대량 억류 문제

  4. 해외 투자 문제

  5. 학문의 자유 침식


위 다섯 가지 쟁점들을 통해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와 중국이 어떻게 밀접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살펴본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쟁점인 중국의 노동 문제를 잠시 언급해 보자. 그간 선진 세계에서는 중국의 노동 문제를 '사회적 덤핑', '바닥으로의 경주'를 부채질했다는 식으로 비난해왔다. 중국 노동 문제의 복잡성을 공정하게 설명하는데 실패했다. 이 책에서는 중국이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 조건이 침식되고 있는 국제적 맥락에 스스로 편입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경향을 지적하고 중국 스스로도 변화와 적응을 강요받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의 노동계약법은 중국 내외부 기업들의 압력에 굴복했고, 노동 기준을 끌어내리고 있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에 적응했다는 것이 이 책이 내놓는 주장이다.



이 책은 중국을 왜곡 없이  해석하기 위한 비판적 중국 연구의 인식론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세계 속에 깊이 침투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 세계를 파악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중국의 툭수성과 세계와의 연관성을 깊이 살피며 중국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방법으로서의글로벌차이나
#이반프란체스키니 #니콜라스루베르 #하남석옮김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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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길 - 대화의 해석학을 향하여
이승종.윤유석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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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길』 부제는 <대화의 해석학을 행하여>이다.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세대 철학과 이승종 교수와 그의 제자이자 현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는 윤유석이 철학의 다양한 주제와 이승종 교수의 철학적 여정에 대해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두 철학자는  현대철학, 영미철학, 대륙철학, 비교철학, 한국철학, 역사철학 등 철학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대화를 문답식으로 이어간다.


한편 이 책은 왜 2인칭적 대화 방식으로 쓰였을까? 이승종 교수는 철학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1인칭적 독백이나 3인칭적 관찰이 아니라 2인칭적 대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9-10) 철학이 우리에게 밝혀주는 진리란, 주관적 심리상태에 대한 진리도 아니고, 객관적 사물에 대한 진리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성립하는 ‘사람의 진리‘와 ’사람의 사실’이라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루는 두 명의 철학자는 비트겐슈타인과 하이데거이다. 현대철학의 지형도를 ‘대륙철학’과 ‘영미철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교수는 각 철학에 대한 논의를 비트겐슈타인(영미철학)과 하이데거(대륙철학) 두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이 책은 아직 내겐 쉬운 책은 아니다. 책머리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에서 소개되는 내용은 개론 수준의 뻔한 설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 천년의 역사를 가진 서양철학사를 시기와 인물과 그들의 주요 저작과 사상을 압축적으로 정리한 대중 교양 철학서가 아니라 두 철학자가 실제로 철학 하는 모습을 대화로 보여준다. 어떤 대화들은 대중 철학서 중심의 독서를 해온 내게 이해가 되기도 하고 어떤 대화는 이해할 수 없는 학술적 수준에 있다. 


그럼에도 저만의 방구석에서 홀로 천천히 철학의 길을 가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가치 있는 책이다. 왜냐면 어떤 씨앗들을 건네 주기 때문이다. 대중 교양 수준의 철학서라도 책에서 감동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듯 우리 모두는 각자 인생에선 철학자요 수행자이다. 우리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대화에서도 어떠한 씨앗들을 주울 수 있다. 우리는 이 씨앗들을 조용히 품고 있다가 각자의 사정에 맞게 싹 틔울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현대철학에 대해 이런저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밑그림을 그려준다. 아직은 거친 수준의 스케치라 할 지라도 향후의 읽기와 공부에 도움을 받기엔 충분하다.



@woojoos_story 모집 @세창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클럽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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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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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는 정치철학을 전공한 이진민으로 현재 독일 뮌헨 근교 시골에서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철학을 일상의 말랑말랑한 언어로 바꾸는데 관심이 많다고 소개하는 저자는 『언니네 미술관』에 동료 여성들 세상의 딸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담았다고 한다. 물론 남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된다. 이 책은 미술을 매개로 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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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단어
무한히 확장하는 이야기


저자는 함께 살펴 보고 싶은 아홉 개의 단어를 골라 독자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근육, 마녀, 거울, 슬픔, 서투름, 사소함 익숙함 하찮음, 직선과 곡선, 앞과 뒤, 너와 나

각 단어에 담긴 글들은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뻗어나간다. 저자는 아홉 개의 단어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들은 결국 비슷한 곳을 바라보며 하나로 모인다고 말한다. 저자의 글들은 세상의 딸과 아들들에게 건네는 힘과 위로의 마음이다.

이 책은 저자가 감상하고 읽어온 예술작품, 책과 글, 대중문화 들과 그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편 한편의 글은 하나의 예술 작품에서,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하여 이야기가 확장하고 뻗어나간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제일 첫 번째 단어 ‘근육’에 포함된 글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너무나 유명한 조각에서 시작한다. 근육질의 남성이 턱을 괴고 앉아있는 그 유명한 조작. 쫙쫙 갈라진 근육을 가진 남성을 형상화한 이 조각의 원제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인>이었다. 한편 생각하고 글 쓰는 사람에게 근육이 필요할까? 알고 보니 생각하는 사람의 대표주자였던 소크라테스는 석공 출신의 단단한 몸을 가졌고, 데카르트는 펜싱에 대한 논문을 쓸 만큼 펜싱 실력이 상당했다고 한다. 저자는 진정한 먹물은 허여멀건하고 부드러울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벽돌책을 쓰는 힘은 엉덩이를 붙이고 장시간 앉아 있을 수 있는 체력에서 나왔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리고 글은 방향을 틀어 여성들의 근육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한다. 저자는 본인의 학창 시절 체육 이야기를 들려주며 가녀리고 부드러운 몸을 가지길 강요받는 여성들의 신체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예술작품이 바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나는 솔직히 벌거벗은 여체를 그린 이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다시 보게 되었다. 비너스의 배에 근육이 잡혀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그리고 비너스를 묘사하는 저자의 입담에 빵빵 터졌다. 근래에 읽은 책 중에 권여선 작가의 산문집 『술꾼들의 모국어』 이후 가장 많이 웃었다). 비너스의 복근에 대해 고찰하던 이야기는 흘러 흘러 저자가 코로나19 때 시작한 운동과 근육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흘러간다.
저자는 남성들의 관점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몸보단 저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단단하게 기능할 수 있는 몸을 가지고자 한다. 저자는 복근이 삶의 걸림돌을 만나 자빠져 있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산다는 것은 동사다.’(p43)이고 ‘우리 모두에게는 최선을 다해 동사로 살아갈 근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세상의 딸들과 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려 하기에 기본적으로 따뜻하다. 그러나 일상 곳곳에 숨겨진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너무 뾰족하지 않게 예리하다. 저자는 재치와 유머를 담아 이야기하지만 철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그의 사유는 깊고 단단하다. 앞으로 나올 저자의 책들도 기대가 된다. 저자는 여전히 가슴속에 쓰고 싶은 책이 여러 권 있다고 하니 독자로서 더불어 행복하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언니네미술관 #이진민
#한겨레출판
#철학과미술과문학
#그림과인생이야기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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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샤를 페팽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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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랑스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샤를 페펭은 어제는 과거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과거는 가버리지 않고 우리의 현재에 중요한 지분을 차지한다. 과거와 잘 지내면서도 적절한 거리를 두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장단점, 취향과 혐오, 꿈과 야망, 공포와 불안, 기쁨과 슬픔, 우리의 모든 반응과 세계관, 우리의 습관 모두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현재에는 과거가 생생히 살아 있다. 우리의 과거는 이제 작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여전히 그 존재감을 드리운다.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는 과거와 잘 지내는 방법을 들려준다. 현재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 뜻대로 결코 따라주지 않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반드시 돌아보아야 한다. 과거가 현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기억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저자는 앙리 베르그송의 ‘기억’에 대한 철학과 그의 예리한 직관을 중심으로 기억과 의식,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베르그송은 기억을 철학적 성찰의 중심에 둔 철학자이다. 베르그송의 통찰은 기억이 정체되어 있지 않고 역동적이며 살아 숨 쉬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베르그송은 과거가 기억 속에서 무한히 지속되지만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억력의 중심에 있는 이 적극적 힘은 우리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생의 원리를 구성한다. 베르그송의 사유는 신경과학의 새로운 발견과 일맥상통한다. 신경과학적 발견은 객관적 기억은 없고 모든 기억은 역동적 재구성이라는 베르그송의 직관을 뒷받침한다. 우리는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과거는 너무나 힘이 세지만 족쇄와 같진 않다. 과거의 기억은 꺼내질 때마다 조금씩 변화한다. 현재의 맥락과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른 형태로 소환된다. 신경과학은 우리의 뇌가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결국에는’ 과거를 창조적인 방식으로 재연할 수 있다. 저자는 베르그송의 통찰을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통해 구체화한다. 디디에 에리봉은 이 책에서 자신의 기억을 수정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거의 유산을 받아들이고 이것을 새롭게 재해석해 자신의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 책은 프리드리히 니체, 앙리 베르그송, 한나 아렌트 등의 철학자들의 사유, 디디에 에리봉, 마르셀 프루스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몽테뉴 등의 책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어느 축구 선수의 슈팅과 가수의 노래, 기억 재공고화 요법과 같은 심리 요법 등을 통해 과거가 현재에 어떻게 존재하며 과거가 족쇄가 아니라 생의 에너지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의 삶이 충만하지 못했던 것은 과거를 제대로 껴안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럭저럭 괜찮다고 이 정도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내게 산다는 것은 늘 숙제같이 느껴졌다. 매 순간 여기에 있는 과거를 돌아보는 작업이 내게도 필요하구나. 이것이 이 책이 준 중요한 깨달음이다. 그리고 예전에 사서 읽었단 디디에 에리봉의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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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술 - 바로 써먹는 논리학 사용법
코디정 지음 / 이소노미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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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생각의 기술’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립한 이래 2300년 넘게 계승돼 온, ‘논리’를 의미한다.

지은이 코디정은 언어활동가이자 변리사이며 숭실대학교 국제법무학과에서 지식재산법을 가르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했으며 아이들을 위한 논리력 향상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괘씸한 철학 번역」(2023), 「논증과 설득」(2017)을 포함하여 열 권의 저술하기도 했다. 현재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저자의 폭넓고 다양한 경력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저자는 대중을 위한 지식 커뮤니케이터이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공통 무기인 ‘머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생각의 도구인 ‘논리력’을 키워야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 『생각의 기술』을 통해 논리의 기초부터 우리가 어떻게 지식을 습득하고 확장하는지, 또 어떤 오류에 빠지고 잘못된 지식을 고집하는지, 실제 생활 속에서 논리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려준다. 또 네 편의 부록에서는 논리학에 대한 Q&A, 논리적으로 독서하는 법과 논리적인 글쓰기, 논리학이 주도하는 철학의 계보를 담고 있다.

먼저 논리란 무엇인가. 저자는 논리는 <인간 공통의 머리 구조>라고 이 책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여 설명한다. 논리는 세상의 원리도 아니고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당은 자연과학 학문과도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논리학이란 무엇인가. 논리가 <인간 공통의 머리 구조>이기에 논리학은 이것에 대한 ‘지식’이다.
인간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단어가 탄생하고 그 단어가 다른 단어들과 연결되며,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이 어떻게 다른 문장과 연결되는지 탐구하는 것이 바로 논리학이다. 논리는 세상의 원리나 사물의 이치가 아니다. 논리학이란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발견한 지식이다.

논리는 인간 공통의 머리 구조이기에, 우리 대부분은 늘 논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왜 따로 논리를 배워야 할까? 바로 우리 인간은 세상을 인간의 논리로 이해하여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머리로 세상과 인간과 사물과 교감하고 살아간다. 삶 속에 던져진 우리는 온갖 존재들과 온갖 이유로 갈등하고 불화하고 충돌한다. 삶을 괴롭히는 대부분의 문제는 매 순간 어떤 판단과 결정을 내릴지의 연속이다. 이때 논리력이 좋다면 문제 해결을 훨씬 슬기롭게 할 수 있다.

이 책은 논리의 전체 구조, 개념(사전의 오류, 개념의 역할, 의미의 크기, 의미의 선명함, 개념은 소속을 갖는다), 판단(일반 논리학과 수리 논리학의 차이, 논리적인 사람과 표상적인 사람, 종합명제와 분석명제, 판단의 종류), 추론(과거의 판단들, 생각의 도약, 오성과 이성 등), 토대 구조 모형, 연역과 귀납, 경험, 유추, 확률, 변증, 설득 등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을 복원한 칸트의 철학 안에 자리한 논리 세계의 핵심을 설명한다. 포함된 내용의 난이도가 결코 낮지 않은데 굉장히 이해가 잘 된다. 왜냐면 글이 논리적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내 수준보다 훨씬 높은 책들과 번역서 위주로 읽어온 나의 읽기를 되돌아보았다. 이 책은 앞으로 계속해서 만나게 될 새로운 주장과 개념들을 조금 더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 출판사 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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