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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멋진 표지 디자인에 하드커버 장정의 근사한 만듦새를 가진 이 책은 제목만 보아서는 마치 소설책처럼 보인다. 그런데 책의 부제 ‘지적인 잡담으로 떠나는 우주여행’과 책의 띠지에 적힌 문구를 보면 책의 정체를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이 책은 우주 생물학자라는 조금은 낯선 직업을 가진 에든버러 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우주 생물학 교수이자 영국 우주 생물학 센터 공동이사인 찰스 S. 코켈이 쓴 과학 에세이다.
우주생물학이란 위키백과의 정의에 따르면 생물의 탄생과 진화의 과정을 규명하여, 지구 외의 천체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외계 생물의 존재 여부와 이런 생물들의 생명 유지 활동이 일어나는 기작을 다루는 학문이다.
평생 동안 생명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저자는 온갖 장소에서 생명이란 무엇인지, 다른 행성에도 생명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저자는 이러한 대화를 나누기에 특별히 재미있는 집단을 발견했는데, 바로 택시 기사들이었다고 한다. 택시 기사들은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접촉한다. 저자는 "택시 기사는 우리 문명의 집단 사고와 연결돼 있는데, 그런 식의 연결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들을 인간 사고의 맥박을 느낀다."라고 표현한다. 이 책은 이러한 택시 기사들과 나눈 흥미진진하고 진지한 대화들 속에서 탄생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라는 과학적 질문과 <우주를 탐사해야 하는가>라는 정치적 질문, 그리고 <인생의 이미>라는 심오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책의 제1장의 제목이기도 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과학자인 저자는 먼저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택시 기사의 존재는 물론이거니와 존재 자체를 설명하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우주 생물학 분야를 평생 연구한 과학자로서 우리에게 가능한 답을 해주기 위해 정성껏 설명한다. 먼저 지구라는 행성에 택시 기사가 존재하게 된 과정을 압축하여 설명한다.
우주가 처음 생겨난 뒤 →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분자가 탄생하여 → 단세포 생물이 만들어지고 → 이 단세포 생물이 택시 기사라는 복잡한 형태로 진화하기 위해 에너지 혁명을 거쳤고 → 인간 공동체가 생겨나서 농경 공동체가 되어 수백만 명을 수요하는 거대 도시가 만들어지고 → 인간 공동체가 성장함에 따라 더 나은 자원 이동 방법이 필요하게 되는데 '바퀴'라는 발명하게 되고 → 이 바퀴로 말미암아 전차와 수레가 확산되고 → 남는 화물 공간을 이용해 원하는 목적지까지 사람을 실어 나르고 그 대가로 약간의 보수를 챙기자는 아이디어가 누군가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 이 아이디어 덕분에 이윽고 택시 기사가 탄생했다.
이 책은 훨씬 매끄럽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나는 독자로서 대충 적어본 것이다. 이 과정을 나열하면 한 가지 깨닫게 된다. 35억 년 전 지구 표면을 떠돌던 화학 물질들이 진화하여 택시 기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말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우연들이 작용했는지 말이다. '웅장한 역사'라고 불러도 손색없다(책에서도 이렇게 표현한다).
한편 이 역사에 다른 우연적 요소가 작용했었더라면 과연 택시 기사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일어나야 했는지, 따라서 우주 전체에 걸쳐 보편적으로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택시 기사라는 존재는 억겁의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우연들이 겹쳐서 탄생한 것이다.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다른 행성에도 택시 기사가 있을까요?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아마도 어마어마어마한 시간과 어마어마어마한 우연이 겹쳐야 가능할 것이며 이 우연 중 어느 하나라도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어쩌면 택시 기사는 우리 행성에만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우주의 탄생을 비롯하여 생명을 다룬 교양 과학서를 읽다 보면 보잘것없는 나의 존재가(너의 존재와 우리 모두의 존재가) 얼마나 기적적인 확률로 탄생했는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의 1장에서도 이러한 감동을 재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계속하여 재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외계인의 접촉은 우리 모두를 변화시킬까? 화성인 침공을 염려해야 할까? 나는 화성 여행에 나설 것인가? 유령은 존재할까? 우리는 외계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러한 흥미진진한 질문에 과학자인 저자는 진지하고 친절하게 대답한다. 이 진지함이 오히려 웃음을 자아낸다. 과학자의 이성적인 사고 과정은 우리 안에 내재된 어리석음과 모순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읽다가 피식 웃게 되는 순간은 내 안의 어리석음을 깨달을 때였다.
이 책은 훨씬 매끄럽고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나는 독자로서 대충 적어본 것이다. 이 과정을 나열하면 한 가지 깨닫게 된다. 35억 년 전 지구 표면을 떠돌던 화학 물질들이 진화하여 택시 기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말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우연들이 작용했는지 말이다. '웅장한 역사'라고 불러도 손색없다(책에서도 이렇게 표현한다).
한편 이 역사에 다른 우연적 요소가 작용했었더라면 과연 택시 기사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일어나야 했는지, 따라서 우주 전체에 걸쳐 보편적으로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택시 기사라는 존재는 억겁의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우연들이 겹쳐서 탄생한 것이다.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다른 행성에도 택시 기사가 있을까요?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아마도 어마어마어마한 시간과 어마어마어마한 우연이 겹쳐야 가능할 것이며 이 우연 중 어느 하나라도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어쩌면 택시 기사는 우리 행성에만 있을 수 있을 것이다.
"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해 그 존재가 알려진다 하더라도, 그들은 과연 우리의 일자리를 탐낼까? 그럴 일은 전혀 없을 것 같다. 광대한 성간 공간을 여행할 능력을 가진 존재가 우리에게 손을 벌릴 일이 있을까? "
" 의도치 않게 우리가 악의적인 외계인 종족을 자극할 가능성을 너무 염려하기 전에, 우리가 염려해야 할 외계인이 존재하는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의 특별함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사회에 무엇을 기여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것은 자신의 통제하에 있다. 개인의 목적을 찾는 것은 이러한 노력에 있으며,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것은 우주에 우리뿐인가라는 문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생명이 특별한 것인지 여부는 때가 되면 과학적 방법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여러분이 개인으로서 동료 인간들을 기쁘게 하는 방식으로 성취감을 느끼느냐 마느냐는 자신의 결정에 달린 문제이다. "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