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이유 - 중세말 남프랑스 어느 마을 사람들의 삶, 역사도서관 005 역사도서관 5
엠마뉘엘 르루아 라뒤리 지음, 유희수 옮김 / 길(도서출판)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시시콜콜한 작은 일상을 현미경으로 꼼꼼히 들여다보고 펼쳐 보인 책이다. 거시적 역사 틀 안에 거시적 영향이 미치지 않은 한 방울의 물방울을 분자식으로 분해해 놓은 느낌이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같은 역사가 왠지 장황해보이고 너무 세밀해서 지겨울 정도다.

그러나 한편, 아직도 낯선 미시사에 동참의 자세로 들여다보면 한참 재미가 쏠쏠해 진다. 거시적 역사의 구조 속에 매몰되어 있던 작은 한점이 참으로 분명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끔 거시적 역사 속에서 개인을 찾고자 했을 때 결국 허무주의로 귀착된 경험이 나 혼자 만의 것이었을까? 나 자신조차 결국 하찮게 여겨지게 만들던 역사였다. 책을 읽어갈수록 역사는 내게, 평범한 그 누구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이 책은 13세기 말부터 14세기 전반에 걸쳐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국경지역의 반농반목적 경제상태에 놓여있던 몽타이유 마을의 삶을 전방위적으로 기술한 책이다. 14세기는 흔히 중세말로 규정한다. 중세는 기독교가 대부분 사람의 정신생활 및 물질생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 '기독교의 시대'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미시적 관점으로 들여다 본 프랑스 민중의 의식속에는 기독교가 거의 없었다. 그저 그들의 삶을 피상적으로 싼 포장지였을 뿐이었다. 오히려 민간신앙에 기독교가 겉씌워져 있었을 뿐이고 절대적인 영향은 '종교재판'과 '마녀사냥' 이라는 강압적 수단에 의해서 였음을, 즉 '중세'가 아닌 15,6세기에 이르러서 였음을 밝히고 있다. 기독교적 영향은 도시적, 상류층에만 세력을 지녔을 뿐이고 민중 속에 녹아 있었던 신앙은 고대적 민간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견해이다. 보편적 신앙으로서의 기독교는 사실 '교회국가'라고 볼 수 있는 교황의 교회조직에 의해 왜곡되고 융통성을 상실한 편협성을 띠고 있었다. 루터 등에 의한 종교개혁도 사실상 서유럽에 널리퍼진 여러 이단(교황중심의 교회권력에 의해 규정된)들에 의해 2백여년전부터 민중사이에 그 기초가 닦여지고 있었다고 본다.

재미있는 것은 목동들의 삶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다. 몽타이유 주변 지역에서 이동방목생활을 하던 목동들의 삶을 '자연인'으로서 '자유'를 만끽하는 인물들로 그리고 있다. 더 나아가 그시대의 진정한 휴머니트들로까지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서유럽인의 망탈리테가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제3대세 미시사가의 저술을 통해 약간이나마 엿볼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우리역사학계가 지향하고 있는 거시적이고 구조주의적 역사학이 그 시작점인 유럽에서는 이미 무너지고 새로운 역사학이 30여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음을 알게 한다.

찬찬히 읽어 내려가면 참으로 지적 만족을 충분히 누리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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