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성육신에 관하여
아타나시우스 지음, 피넬로피 로슨.오현미 옮김 / 죠이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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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에게서 연락이 오다.

얼마 전 대학을 같이 다닌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같은 지역에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소식이 뜸한 친구였는데, 먼저 연락을 해 주어 반갑기도 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한 마음도 잠시 서로 안부를 물으며 근황을 이야기하는데 마치 대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오랜 친구는 언제나 반갑고 추억을 함께 공유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게 한다. 이야기꽃은 마음에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피어오른다.
또 한 명의 오랜 친구가 연락해 왔다. 그는 아타나시우스이다. 대학 시절 강의실에서 잠시 만났던 친구. 짧은 만남이었지만 가까이하기에 먼 당신처럼 높게만 보였다. 이 친구는 잊으려 할 때마다 나타나 자기 존재를 알렸다. 이번에도 이 오랜 친구는 갑자기 내게로 다가왔다. 그런데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강렬함을 느꼈다.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의 일상으로 지친 나에게 그의 방문은 뜻밖의 위로와 힘을 얻게 한다. 오랜 친구의 방문이 반가운 이유이다.

내 오랜 친구를 소개합니다.

내 오랜 친구는 젊은 시절 아리우스의 이단설을 몰아낸 아타나시우스이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의 주교로 46년간 섬겼고, 신약 성서의 목록을 처음 만들기도 했다. 특히 그가 정립한 삼위일체 신학은 기독교의 정통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친구는 오랫동안 아리우스파 때문에 생고생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마음을 지킨 자랑스러운 친구이다.
이 친구가 지은 책이 여러 권 있지만, 이번에 「말씀의 성육신에 관하여」가 번역 출판되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 책의 외형은 보통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와 집게손가락 굵기만 한 두께이다. 슬림한 외모이지만 속은 알차게 채워져 있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제목 보고 망설일 필요 없다.

하나님의 인간 구하기 대작전

아타나시우스는 성육신에 대하여 총 아홉 장으로 분류하여 설명한다. 창조와 타락으로 시작하여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당시 상황을 담아내고 있는 성육신에 다른 생각하는 유대인과 이방인에 대한 논박하는 내용까지 이른다. 특히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거하셔야 했던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한다. 먼저는 우리 길을 가로막는 사망의 법을 종식 시키고 우리에게 부활의 소망을 주심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다음은 모두를 위한 희생제사를 드리시므로 인간이 죽음을 상대로 모든 계산을 마치고 최초의 범죄에서 자유로워지도록 하기 위해서였고, 자신은 부활의 첫 열매로서 자신의 몸이 썩지 않음을 증명하여 자신이 죽음보다 더 강한 분임을 보여 주셨다.
회개 이상의 것이 필요한 우리에게 하나님은 우리에 대한 사랑과 자기 계시로써 우리의 눈높이로 몸을 낮추시고, 새로운 방식으로 시간을 뚫어내고 이 땅으로 오셨다. 죽을 수 없는 존재가 죽기 위해 몸을 입으신 것은 그분의 사랑, 그 이상이다.
하나님의 인간 구하기 대작전은 다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 이야기이다.

지금, 나와 우리에게 성육신 이야기...

이 책은 나를 내면 깊은 곳으로 이끌고 들어간다. 오랜만에, 몰입하게 하여 예수를 어떻게 고백하며 살고 있는지 성찰하게 한다. 익숙한 예수가 다시 생명의 예수로 다가와 나를 기동하게 한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에 위축된 그리스도인들에게 당당한 삶을 살 것을 속삭인다. 세상에 저항하는 것은, 힘이 아니라 공감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말씀께서 성육신하신 것처럼 우리도 죽음 가득한 곳에 생명의 꽃 피워야 하지 않을까? 홍순관님의 창조와 섭리를 풀어낸 책 “태초에 여백이 있었다.”에서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맺을까 한다. ‘꽃은 꽃 숨을 쉬고 나무는 나무 숨을 쉽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우리는, 우리의 숨을 내쉬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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