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여자가 되는 법 -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괴짜 칼럼니스트의 여자 생태보고서
케이틀린 모란 지음, 고유라 옮김 / 돋을새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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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 이 여자, 미친 거 아니야?'

책을 읽는 내내 정신이 없었다. 직접 말로 듣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저자도 아닌데, 그녀의 수다스러움? 정신없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음성지원..이란 이런 거구나 싶은 생각!

그런데 그게 싫지 않았다. 친구랑 수다 떠는 느낌 같기도 하고, 점잔 떠는 감성 에세이에 진력이 난 상태이기도 하고. 우르르르 쏟아내는 작가의 거침없는 말들에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읽는 내내 나도 같이 미친 여자처럼 깔깔거렸다. 어쩜 이래! 

영국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에 그녀가 예로 드는 배우나 영화, 드라마, 노래가 한번에 와닿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우리에겐 스마트폰이라는 게 있으니까.. 찾아보고 다시 읽고 찾아보고.. (이 책을 읽을 사람들에겐 이 방법을 추천한다! 그녀의 비유가 얼마나 적절한지 알게 될 테니까.)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페미니즘의 회복'이다. 페미니즘? 정말 많이 왜곡되어 있지 않은가? 어디서 쉽게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과격한 데다가 말도 안 통하고 여성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 여성우월주의자들이나 주장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페미니즘이란 그런 게 아니란다.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짜 페미니즘이라는 것. 


저자는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며 그 안에서 어떤 이슈들을 끄집어내 이야기한다. 정서상 우리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예를 들면 섹스나 제모와 관련한 부분),  사람에 따라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녀가 주장하는 바에 동조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쉽게 드러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시도야말로 새로운 페미니즘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주변의 친구들만 봐도 다들 정말 제각각이다. 그중에서도 난 좀 성격도 쎄고 개방적이기도 한 편에 속하는데, 내 그런 부분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심지어 거부감을 드러내거나 이상하게 여기는)  친구들도 있는 반면, 같이 공감하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도 있다. 어쩌면 전자의 친구들에게 이 책을 보여주면 기겁에 식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뭐 이런 책을 추천하느냐며 또 날 이상하게 생각할 테고. 그래도 그 친구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책이다.  너희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는 거라고.. 그 부분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게다가 이 책은, 저자 특유의 그 어투는, 담고 있는 내용을 다 떠나서 정말정말정말 재미있지 않느냐고!


예를 들면, 이런 부분들이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하자. 당신은 어떤 프로젝트와 관련해 다른 의견을 표명한다. 남성 동료가 기분 나쁜 얼굴로 사무실을 나갔다가 돌아와 당신의 책상에 탐폰 한 상자를 올려놓는다.

“아까 당신 감정상태를 보아하니, 이게 필요한 것 같아서.” 그가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말한다. 몇몇 사람들이 킬킬거린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만약 당신이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서랍을 열어젖히고 한 쌍의 고환을 꺼내 책상에 올려놓으며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까 말다툼을 할 때 당신이 얼마나 줏대가 없었는지 알아? 당신한테는 이게 필요할 것 같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세상에서 가장 준비성이 철저한 여성이라 할지라도 서랍 안에 여분의 고무 불알 한 쌍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몇몇의 여성들은 절대로 추근거리며 추파를 던지지 않는다. 단지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그럴 만한 배짱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여성들은 내가 공간지각 능력과 하이힐, 윗몸 일으키기를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추근거리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또 다른 여성들에게 추근거림이란 그저… 당연한 것이다. 이런 여성들이 몰지각해서도 아니고, 수백 년 동안 빌어먹을 가부장제 때문에 성적 대상으로 여겨져 온 데 대한 화풀이도 아니다. 이들에게 추근거림이란 단순한 행위일 뿐이다.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사소한 즐거움. 이들에게 추근거림은 죽을 만큼 지겹지는 않은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말없이 순간적으로 눈을 반짝이며 “당신이 좋아요. 당신도 나를 좋아하죠. 우리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좋지 않은가요?”라는 공모를 꾸미는 것이다. 그렇다, 공모.

당신이 추파 던지기에 타고난 사람이라면, 섹스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정말이다. 당신은 누구에게나 추근거린다. 심지어 티켓 판매 전화의 자동응답기에도. (“다른 선택을 원하면 3을 누르라고요? 오, 자기. 자기한테는 ‘좋아요’ 버튼이 없는 것 같은데.”)



이 책의 부제는 '괴짜 칼럼니스트의 여자 생태보고서'이다. 맞다. 케이틀린 모란은 제대로 괴짜다. 이 책을 읽고 유튜브에서 그녀의 동영상도 찾아봤는데,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어찌나 말도 빠르고 제스처도 큰지!! 어쩌면, 우리나라 방송에 그런 사람이 나오면 다들 비호감이라 여길지도 모르겠다. 수다스러운 여자.. 참 다들 싫어하니까. ^^; 

그래도 난.. 괴짜처럼 사는 게 그처럼 즐거운 거라면, 나도 괴짜가 되고 싶다. 욕망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고, 불편한 것들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좋은 것들에 대해서는 미친듯이 열광하고. 이효리나 안영미에게 열광하는 것도 결국 그런 이유 때문 아닐까? 기존에 우리들이 지니고 있던 여성성에의 잣대로 보면 물론, 괴짜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이야말로 '진짜 여자'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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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 발칙하고 에로틱한 그리스 로마 신화편 말과 글이 풍성해지는 어원 이야기 1
권표 지음 / 돋을새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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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도 읽고, 재미있는 어원도 알게 되고. 일석이조네요! ^^ 뒤에 이어서 나올 불경편, 서양사편 등도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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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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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많은 개츠비 번역본 중에 단연 최고입니다! 맨 첫장에 나오는 시만 비교해 읽어봐도 왜 김석희 님이 최고의 번역가인지 알 수 있어요. 그간 재미없다고 생각해왔던 이 책이 왜 고전이 되었는지, 비로소 알게 해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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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과 학습혁명 - 뇌과학에서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
테리 도일 지음, 강신철 옮김 / 돋을새김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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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나 교사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학습 습관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외국의 실제 사례들을 보면서 이게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도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의심`하는 마음부터 `확신`으로 마꾸는 게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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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Eagles - The Studio Albums 1972-1979 [6CD 한정판 박스세트]
이글스 (Eagles) 노래 / Warner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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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 형님들은 굳이 말이 필요없는 분들이긴 해도.. (^^) 부클릿 한 장 없이 떨렁왔네요.ㅎㅎ `박스세트`라 이름 붙이기 민망한 비주얼... -_-; 그래도 내용이 알차니 그걸로 됐죠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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