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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 살며 놀며 배우며 즐긴 조금 긴 여행
김지현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유럽을 아직 가 본 적이 없는 일인으로 <런던x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란 책 제목을 보고 약간 충격을 받았었다. '제주도 한 달 살기'란 말은 많이 들었고 주위에서 정말로 그렇게 지내다 온 사람이 있어서 나도 그렇게 해봐야지, 했는데 이 책은 국내가 아니라 런던과 파리라니. 와우.
살면서 사람을 성숙시키는 방법이 뭐가 제일 강력할까?
나는 '독서'와 '여행'이라고 본다. 그럼 그냥 책만 읽고 새로운 곳에 방문만 하면 될까?
책과 여행에 나는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사색!
생각이 있는 여행! 눈에 보이는 것에서 정신적인 것을 깨우는 것.
그래야 의미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예전에 비정상 회담에 러시아인 한국인의 여행 스케쥴을 보고 기염을 토한 적이 있었다. 불가능한 일정의 여행사 일정을 보고 놀랐던 것이었다. 그런 여행이 뭐가 남을까? 누군가는 얘기한다. 그건 후진국형 여행이라고. 나도 한때 후진국형 여행이 알뜰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에서 드는 생각은 글쎄, 글쎄다, 이다.
여유있는 여행, 그것도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런던X 파리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의 첫 장을 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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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서 두 도시가 런던과 파리이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하는 유럽의 대표 도시 런던과 파리. 개인적으로 마르셀 프루스트를 아주 좋아하는 팬으로 이 두 도시를 가보는 것이 나의 로망인데, 어느 대범하신 어머니는 두 아이를 데리고 직접 두 도시에서 한 달을 지내셨다. 제목 자체만으로 벌써 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다른 여행책과 다르게 엄마의 마음과 입장에서 글 쓰신 것을 보니 편안함이 느껴졌다. 여행계획에서부터 꼼꼼한 계획과 여정을 보니 막연하게 생각했던 여행 여정이 구체적으로 다가와 나도 정말로 아이와 함께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고, 또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개인적으로 이 '용기'가 제일 이 책의 제일 큰 수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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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를 읽으며 격하게 공감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가족을 더 단단하게 해주며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통장은 가벼워졌지만 그 묵직한 행복의 시간들.
그 묵직한 행복의 시간들이 엄마나 하빠, 아이에게 앞으로 살아갈 때 힘들 때도 지켜낼 수 있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동방에서 먼 나라로 떠나기 위해서 제일 먼저 걱정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자금이 중요한 사항이다. 알뜰살뜰하게 모은 과정에서 독자, 특히 엄마인 나와의 친밀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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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한 준비물과 설명 들을 보면서 마치 내가 여행을 마치 시작한 기분이 들었고 저자가 숙소에 도착해서 집에 들아가는 방법을 몰라 어찌할 줄 모를 때도 나도 읽으면서 당황했었다. 여행하면서 이런 돌발상황이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겠지만, 돌이켜보면 모두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unexpected situations이 모두 삶의 일부분이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며 아이들과 같은 감정으로 공유했다는 것! 이런 소소한 것들로 단단해지는 삶은 여행을 가는 것이 최고로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저자가 한 달이라는 기간동안 찍기 여행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며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것이 다른 책과 차별되는 것이라고 본다. 역사와 문화가 빛나는 런던과 파리.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여행의 흐름이 이전과는 그래도 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유럽에 한 달을 지내겠다고 하면 대부분 여러 나라들을 찍고 오는 여행으로 이러저리 돌아다니기에 바빠 정작 여행을 다녀오면 남는 것이 도대체 뭘까? 도시에 대한 숨결, 문화, 그 나라 사람 냄새가 아니라 내 손안의 기념품들만 남고 나중에는 그것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지 않는가. 이렇게 아이들과 여유롭게 조금 더 긴 여행을 통해 무형적인 자산을 온 몸으로 느끼고 온다는 것에 나도 벌써부터 기분이 업된다.
곳곳에 있는 볼 거리의 소소한 팁과 사진을 볼 때면 마치 내가 거기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 여정대로 같이 따라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계획에 대한 막연한 부담을 덜어주는 책이고 용기를 주는 책이다. 나도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족과 여행하기 위해서 여행 적금 통장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들었고 어제는 돼지 저금통들을 깨서 여행용 통장에 넣어두었다.
누군가가 먼저 했고 그것을 이렇게 책으로 엮으셨기에 다른 이들은 이 책을 바탕으로 훨씬 더 알차고 소중한 경험을 하리라고 확신한다. 꿈과 용기가 이제는 현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