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민중사 - 중세의 붕괴부터 현대까지, 보통사람들이 만든 600년의 거대한 변화
윌리엄 A. 펠츠 지음, 장석준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중세의 붕괴부터 현대까지 유럽 민중사>  

'보통 사람들이 만든 600년의 거대한 변화'


예전부터 역사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항상 궁금했었다. <초한지>나 <삼국지>, <로마인 이야기> 등의 영웅적인 인물담을 보면서 그 밑에 있는 수만 명의 병사들이나 보통 사람들은 어떠한 생활을 했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라는 점이었다. <유럽 민중사>를 보면서 당장 읽고 싶었던 이유가 책의 관점을 보통 사람들에 맞쳐졌기 때문에 책 내용이 무척 궁금했었다.


 

 

 

역사라는 것이 현재 누가 권력을 잡고 있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역사 기록원이 역사를 계속 고치는 장면이 생각난다.) 이런 책이 출판됐다는 것은 또한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민중의 소리가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이다.  엘리트 계층이 사회를 이끌어 가고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결과는 민중의 힘이 아니던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 불만도 굉장히 많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그래도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지 않은가싶다.

 


 

나의 역사적 지식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이 전부다. 근현대사에 어두운 나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의 얄팍한 배경지식으로 중세 시대를 포함한 책 전반부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로부터는 사건 나열식인 것같아서 집중력이 좀 떨어졌지만 내가 몰랐던 사실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었다는 것에 좀 충격을 받았다. (역사책을 좀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현대사에 어두운 것은 내 잘못이 아닌 것으로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중세의 붕괴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죽 읽어보면서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엘리트 기득권의 노력, 민중을 어떻게든 지배하려는 안간힘과 그에 맞서서 느리지만 거대하게 움직이는 민중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기득권층은 다수의 힘의 위력을 잘 모르는 것인가? 정말로 특권층이 되면 어느 보도에 따르면 뇌의 구조가 망가지는가? 민중의 빵을 빼앗는 결과는 무엇인가? 소수는 다수의 힘을 늘 두려워해야한다.


책의 관점은 보통 남성사람들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세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의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남성중심적인 세계에서 혁명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이 컸어도 그것을 간과하거나 축소시킨다. 잊고 있었던 여성의 흔적을 찾아줘서 반가웠다. 워낙에 자료도 빈약해서 더 언급하고 싶어도 못했을 거라고 추측하면서 읽어도, 여성의 구체적인 언급이 다소 부족한 것이 좀 아쉬웠다. 그러나 분명 역사의 흐름속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근현대로 넘어오면서 구소련과 미국의 냉전을 거쳐 미국이 헤게모니를 장악한 과정과 구체적인 사건들을 보니 뿅망치를 맞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세계 전쟁을 치루면서 미국이 얼마나 부유했기에 세계 여기저기에 간섭할 수 있었는지 아주 궁금했다. 부유했던 기존의 유럽국가들이 전쟁으로 폐허가 되면서 부의 간극이 더 벌어졌나보다.


이 책의 제목은 <유럽 민중사>이지만 말이 좋아서 유럽의 역사라고 부를 수 있지 실은 유럽 역사가 세계의 역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인일인지. 제국주의 싸움에 휘말려 우리 나라도 남북이 갈라졌으니 그냥 변방의 힘 없는 나라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책에 밑줄을 치면서 책의 마지막 장에서 너무 가슴에 와닿는 말이 있어서 옮겨 본다.


평범한 유럽 노동자나 농민이 지구 위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다면, 이는 대부분 그들이 이제껏 싸워온 덕택이다. 오늘날 많은 이가 누리는 우위는 계몽된 지배계급이 안겨준 선물이 아니었다. 모든 개혁, 부와 권력을 쥔 자들의 모든 양보는 평범한 유럽인들의 자주적 행동의 결과이다. / 많은 경우 보통사람들은 패배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 보면 그랬다. 반동과 잔인한 탄압의 시기도 있었지만, 일단 민중이 투쟁하면 거대한 진보를 이룰 가능성이 열린다. 반면 그들이 무관심이나 절망에 빠져들면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다. (중략) 오직 세월만이 답하리라. 분명한 것은 오직 하나다. 그것은 더 나은 세상이라는 이상과 이를 위해 투쟁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민중은 패배한다는 사실이다(394쪽).


이 책의 저자는 <유럽 민중사>를 쓰면서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민중이 움직여야 세계가 바뀐다. 유럽이 이렇게 잘 사는 것은 그들이 잘 싸웠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애써 변명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민중이 의지를 가지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인류의 역사는 단기적으로 볼 때는 영웅이나 엘리트 지식인들이 이끄는 것 같아 보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민중의 역사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나도 민중의 한 일원으로서 우리들이 깨어있지 않으면 우리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줄 것이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편을 나눈다는 것이 어이가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계층사회를 조화롭게, 내일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밝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