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20 소설 보다
서장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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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시리즈는 항상 계절을 다 보내고 난 후에 찾아오는 

뒤늦은 계절의 기록과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가을호는 조금 빨리 나타났다.

물론 한국에서의 가을은 워낙에 바쁘고 귀하신 몸이라 언제 지나간지도 모를 만큼

빨리 지나가버릴테지만...

그래서 서둘러 낸 것은 당연히 아니겠지? 


이번 책은 남성 작가의 이름이 둘, 여성 작가의 이름이 하나다.

별 일이 아닌데도 지금까지 항상 여성 작가 셋, 혹은 여성 작가 둘에 남성 작가 하나인

구성만을 보다가 남성 작가가 더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조금 놀라긴 했다.

한 발짝 빠르게 찾아온 것과 달라진 필진의 성별에 정말로 의미를 부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은 첫 작품인 <이 인용 게임>부터 아주 좋았다.

아니 서장원 작가의 <이 인용 게임>은 

지금껏 출간된 모든 소설 보다 시리즈의 작품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었다.

대단한 사건을 담은 이야기가 아님에도 두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고

또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뭐랄까, 보물을 딱 파기 좋은 깊이와 찾기 알맞은 장소에 묻어놓은 듯한 느낌이라고 하면 좋을까.

단순히 말해 적당해서 좋았다.


그리고 세번째 작품, 우다영 작가의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도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작품 뒤에 이어지는 인터뷰를 읽으면서 내가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을 깨달았지만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본 곤과 원호의 이야기는 다른 이가 바라본 그들의 이야기와 다를 수밖에 없잖은가.

소설 밖의 세상도 마찬가지고.


신선한 형태의 이야기를 원하지만 너무 생소해서 거부감을 주는 이야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런 특이 취향 때문에 마음에 딱 와닿는 소설을 찾아내기가 힘든데

소설 보다 시리즈가 보물 찾기보다 어려운 취향 찾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패딩을 꺼내입기 전에 겨울호를 만나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노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믿기가 어려웠다. 노영의 어머니가 어떤 표정으로 노영을 대했을지 알 것만 같았다. 그날 우리는 각설탕으로 저녁을 대신한 채 헤어졌다.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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