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0 소설 보다
강화길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소설 보다> 시리즈는 계절을 떠나 보낼 즈음 남은 계절의 여운을 느끼는

기획물인줄 알고 있었는데 저의 헛된 망상이었군요.

작년보다 2달이나 일찍 여름호가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도 기대가 되는 라인업을 들고 말이죠.


강화길 작가는 이제 더이상 설명이 불필요한 작가로 우뚝 섰고

서이제 작가는 재작년쯤 <소설 보다> 시리즈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오랜만에 다시 돌아오셨군요.

임솔아 작가님은 <최선의 삶>이라는 작품을 읽어보려고 체크해놨는데

이렇게 만나볼 수 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작품이 실린 순서대로 짤막한 평을 남겨 보자면


강화길 작가의 <가원>은 여성과 남성의 전통적 성역할이 전복된 작품이었습니다. 아니 80년대 TV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노름꾼 아버지를 대신해 열심히 일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닮아있으니 이쪽이 오히려 전통적 성역할이라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지만... 제가 배운 구시대의 교과서 기준으로 말하기로 하겠습니다. 박원보라는 인물로 인해 많은 가족 구성원이 고통을 받지만 박원보는 악인이 아닙니다. 연정을 심하게 다그치는 할머니도 악인이 아니고요.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가정이지만 우리가 가정의 이상향으로 꼽는 '화목'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집안이죠. 시대가 전한, 세대가 만든 역할에 순응했을 뿐인데 누구도 행복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제는 가원처럼 먼지 냄새가 나는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분명 지금도 다른 방식으로 세대의 비극은 이어지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서이제 작가의 <0%를 향하여>는 지금껏 <소설 보다> 시리즈를 통해 만난 작품 중 가장 독특했습니다. 분명 소설의 형식(자전적인)을 띄고는 있지만 르포의 향기가 더 강하게 나는 것은 저만 느낀 걸까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한국 영화 100주년의 축포를 거하게 터뜨렸지만 독립 영화는 여전히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조명한 작품입니다. 낙수효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영화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독립영화는 '독립'이라는 단어를 당당하게 앞에 붙지만 모두가 독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러니를 생각하며 읽어나간 작품입니다. 


마지막 임솔아 작가의 <희고 둥근 부분>은 제목만 보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예상했으나 전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당황했네요. 죄책감, 상처, 회복... 읽었지만 감상을 풀어놓기에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얼마 전 벌어졌던 버스 급정거로 인해 몸이 마비가 된 학생의 사연이 머리에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네요. 


세 작품이 모두 다른 종류의 매력을 가졌기에 이번 호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설 보다> 시리즈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타율이 좋아지네요.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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