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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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작가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신예 남성 작가가 가뭄에 가까운 요즘 시대에 박상영과 김봉곤 투톱만큼은

굳건하게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소문 말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퀴어를 주소재로 다루고 있고

풍채도 엇비슷하며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이러니 소문이 안날리가 있나.


나는 제 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이 책의 제목이자

표제작인 <알려지지 않은 예술과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퀴어 작품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인데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급작스러운 만남에도 불구하고 거부 반응이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왜 이제서야 이런 맛을?'하는 후회와 함께 이 책까지 집어들게 되었다.


일종의 반전이었던 셈인데 문제는 이 책을 펼치면서 또다시 반전이 시작된다.

시작부터 너무 강렬한게 아닌가.

쌀국수를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고수의 향을 미리 귀띔 정도는 해줄 필요가 있는데

훅훅 몰아치는 단어들에 넉아웃을 당할 뻔한 위기가 수차례.


그런데 또 어찌저찌 읽다보니 적응이 되고

<부산국제영화제>부터는 속도감이 붙기 시작하더니

<조의 방>, <햄릿 어떠세요?>, <세라믹>은 점점 더 좋아졌다.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면서도 좀처럼 몰입을 못하고 있었는데 

<조의 방>의 조와 <햄릿 어떠세요?>의 곰곰부터는 어느 정도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읽기 전 예상했던 맛과 첫맛, 중간맛, 끝맛, 그리고 되새기는 맛이 

모두 각기 다른 소설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처음 접하는 독자가 그렇게 하기는 힘들겠지만)성별을 제하고 보면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욕구를 채우고 갈등을 겪고.

'사람 사는게 다 똑같지.'라는 말이 퀴어소설이라고 피해가진 않는다.

봉준호 감독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말한 것처럼 

'1인치의 편견만 걷어내면 훨씬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요즘 들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댓글이 자주 눈에 띈다.

동성애가 자신의 성적 취향과 다르고 거부감이 들수야 있다지만

동성애에 대해 '반대'를 한다는 건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는데 제 3자가 어찌 '반대'를 할 수 있나?

"나는 A형 혈액을 가진 사람이 싫으니까 A형에 대해 반대할거야!"

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특정 성적 취향을 옹호하거나 대변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부분만큼은 사실 관계를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끝.




나는 연극영화과의 제도에 편입되어 누구보다도 작위적이고 큰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몇 기 누구입니다, 허리 숙여 인사를 하며 학교에서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대신 곰곰과 연애하는 편이 낫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때의 내게 있어서 손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곰곰은.

-햄릿 어떠세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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