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19 소설 보다
강화길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본의 아니게 작년 가을편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쩌다 구몬 학습지를 한 주 밀렸다고 해야하나.

한 번 밀리니 다시 집어들기까지 지나치게 긴 시간이 걸렸다.

덕분에 느낀 점은 

'역시 소설 보다 시리즈는 출간 시기에 맞게 읽어야 제 맛'이라는 것이다.

아니 적어도 황금 연휴에 접어듦과 동시에 읽을 감성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수록 작품이 나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봄과 여름 사이를 간질간질하게 줄타기하는 이 계절에

이처럼 묵직하고 울적한 감성은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첫번째 작품인 <음복(飮福)>이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강화길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이름이 꽤나 익은 작가라 기대감도 무척 컸다.

한편으론 최근 젠더 갈등을 다루는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접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다행히도 새로운 관점을 담고 있었다.

특히 '무지'.

재벌가 총수들이 포토라인에 서거나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 자주 듣는 

"알지 못했습니다" 바로 그거다.

누군가는 짧은 기간에 알아챌 문제지만 

익숙함에 빠진 누군가는 결정적인 힌트를 줘도 알지 못한다.

정우가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냐, 아니면 모르고 싶었느냐에

집요하게 집중하지 않은 점도 좋았다.

결과는 어느 쪽이든 절망적일테니까.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와 <실패한 여름휴가>는 쉽지 않다.

첫 작품이 무게감이 있어서 한 템포 정도는 쉬어갈 줄 알았는데

메조 포르테? 포르티시모? 점점 더 짙고 또 짙어진다.

남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기분이 이런 것이려나.

짙은 감성의 우울함과 절망감으로 가득찬 독백은

5일의 휴식을 눈앞에 둔 내 벅찬 가슴까지 파고들지 못했다.


앤솔로지에서는 취향에 맞는 한 작품만 발견해도 대성공이다.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역시 이 맛에 보다 시리즈를 끊지 못하나 보다.




왜냐하면 너는 아마 영원히 모를 테니까. 뭔가를 모르는 너.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없고, 미움받는다는 것을 알아챈 적도 없는 사람.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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