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시리즈의 진화

소설 보다 : 봄 2020 ㅣ 소설 보다
김혜진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소설 보다는 창간호부터 빠짐 없이 챙겨보고 있는 시리즈입니다.

물론 실리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바탕에 있지만

커피 한 잔 값도(이제 너무 진부한 표현이 되었지만) 안되는 가격에

3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요인이었죠.

혹시 취향에 맞지않더라도 크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최근의 몇몇 호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 한 작품 혹은 하나도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작품의 수준과는 별개로 제 취향과는 이제 점점 멀어지나 싶었죠.

그런데 이번 2020년의 알리는 봄호에서 이렇게 반전의 기쁨을 주네요.

이번 호에 실린 세 작품은 모두 좋았습니다.

<3구역, 1구역>과 <펀펀 페스티벌>, <오늘의 일기예보>까지 세 작품 모두가

각자 다른 색깔로 각자의 매력을 빛내고 있네요.

먼저 김혜진 작가의 <3구역, 1구역>은 사회적 메시지와 

개인적 서사를 동시에 담아낸 작품입니다.

메시지를 강하게 주입하려는 작품은 그 의미에 공감을 하더라도

읽기가 불편할 때가 있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서 좋았네요.

양면성이 극대화된 '너'라는 캐릭터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단편 소설에서 이처럼 실시간(?)으로 양면성을 드러내는 캐릭터는 

여지껏 보지 못한 것 같네요.

익숙함과 낯섦의 변주가 아주 재미있었던 작품입니다.

다음으로 장류진 작가의 <펀펀 페스티벌>.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이미 확실한 인상을 심어준 작가이기에

상당히 기대가 컸는데 역시나!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장류진 작가 특유의 공감을 부르는 유머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했네요.

'저게 말이 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분명 우리가 주변에서

여러 번 목도했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부분들을 잘 캐치하는 것 같네요.

다음 작품도 기다려집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일기예보>는 코멘트를 남기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아직은 작품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 같거든요.

조효원 평론가와의 인터뷰를 보면 아마 가닥이 잡힐 것도 같은데

해답지를 먼저 보고 싶지는 않아서 한 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아직 소화가 안되었으니 '그냥 덮을래'가 아니라 '한 번 더 보고 싶어'라는 

생각이 떠오른 걸 보면 분명 마음에 드는 작품이네요.

덕분에 커피 한 잔이 주는 기쁨보다 훨씬 큰 행복을 누렸습니다.

보다 시리즈의 멋진 행보를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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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으로든 마음이라고 할 만한 게 한번 생겨나면 좀처럼 없애기 힘들다는 것을 나는 모르지 않는 나이였다.

p.25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마치 그 애를 보고 있는 동안은 무언가 좋은 것이 내 주머니로 와르르 쏟아져 들어온다는 듯이. 그래서 마지막까지 하나라도 더 필사적으로 주워 담으려는 듯이.

p.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