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로 - 편혜영 소설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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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편혜영 작가의 작품입니다.

<홀>도 꼭 읽어볼 생각이지만 이왕이면 최근간부터 만나보고 싶어

<소년이로>를 먼저 꺼내들었네요.

밝고 가벼운 이야기를 담은 책은 아닐거란 짐작을 했지만

이리도 무겁고, 아프고, 고달픈, 어두운 톤으로 일관한 책일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책에는 주로 아픔을 겪은(혹은 겪는) 사람들이 화자로 등장하는데

그들의 곁에는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그 고통을 증폭시키는 주변인이 존재합니다.

가족, 친구, 부하 직원, 간병인 등등.

답답할 정도로 '잃은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보이는 빈틈을 파고 들어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 간의 대결 구도로 보여지기도 하네요.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위안을 찾기도 했습니다.

저뿐 아니라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양쪽 편을 고무줄 놀이하듯 옮겨다니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건방진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두 작품에 대해서는 따로 코멘트를 남깁니다.



「식물 애호」


가장 흥미롭게 읽은 작품입니다.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오기와 딸을 잃은 장모의 이야기지요.

하나의 단편에서 여러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장모가 오기의 간병을 자처하며 점점 오기의 영역을 잠식해가는 모습은

마치 스릴러 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했네요.


이 작품과 표제작 「소년이로」에는 공통적으로 '거리낌 없이 손을 잡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거부감을 느낄만한 상황에 자연스럽게 호의를 베푸는 이들은

분명 3자의 입장에서는 호인으로 비춰지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오히려 위화감을 전하죠.

이런 부분들을 찾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발견한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


죽을거라고 생각했다. 무거운 절망감과 동시에 편안한 느낌이 그를 감쌌다.왜 벌써 끝나버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끝나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없지 않았다. 

p.175 (총 619)



「개의 밤」


지명이 처가에 닥친 불행 즉, 처남의 폭행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군후임에게 수 개월 동안이나 잔혹한 폭행을 저질렀지만 반성은 커녕

면피를 위해서만 애쓰는 처가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만 불만을 삭히죠.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동료로부터 탄원서를 받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개가 짖는 소리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납득할만한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텀을 두고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아내에 따르면 모두의 인생에 죄가 있었다. 그러므로 아무도 죄가 없었다.

p.372 (총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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