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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신나는 일 없을까?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305
피터 스피어 지음, 연우 옮김 / 비룡소 / 2022년 3월
평점 :
"오늘 뭐하고 놀지?"
"엄마 놀자"
아이가 놀자고 하면 오늘은 또 뭐하고 놀아줘야할지 고민인 부모님들이 많으시죠?
오늘 소개할 책은 피터스피어 글, 그림의 <뭐 신나는 일 없을까?> 입니다.
표지를 보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두 남자아이가 눈에 띕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뭔가 엉성합니다. 비행기 바퀴와 날개가 밧줄로 묶여있고, 비행기 본체도 뭔가 너덜너덜한 재질인 것 같아요. 이 비행기의 정체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다행히 아이들의 표정은 밝아보입니다.
면지와 표제지에서 널부러진 놀잇감들이 있지만 그마저도 지루해 보이는 표정입니다. 강아지도 재미가 없는지 축 늘어져있네요.
보다못한 엄마는 나가서 뭐라도 해보라고 재촉합니다. 두 형제는 창고에 가서 뭘 만들지 고민하다가 비행기를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비행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주변에서 찾아내는 형제들! 유모차 바퀴, 유리창, 나무, 의자, 이불, 마당에 있는 철사 등.. 심지어는 자동차 엔진까지 활용합니다. 비행기를 만드는 일이란 아주아주 힘든 일인데 아이들의 표정은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아요.
몰입의 즐거움을 아는 표정이에요.
그런데 비행기가 완성되어 갈수록 부모님들은 집에 있는 물건들이 하나둘씩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텔레비전도 말썽이고 전화도 걸리지 않아요. 당연히 자동차 시동도 걸리지 않구요. 바깥은 또 어떤가요? 유모차와 자전거가 부서져있고 울타리도 무너져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그때 비행기를 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는 이 장면이 이 그림책에서 가장 재미있었어요. 호통치는 아빠, 기절한 엄마 그리고 즐거워하는 아기와 강아지의 모습이 대조되는 장면입니다. 형제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놀이의 3요소가 잘 갖추어진 그림책>
노는 환경만 주어지면 알아서 잘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때로는 심심할때도 있는법이죠. 아이들에게는 '놀 틈'과 '놀 터' 그리고 '놀 동무'가 있으면 된다는 편해문 선생님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심심할 틈이 있었고, 창고라는 놀 터가 있었고 같이 놀 형제가 있었어요. 그림책 속 친구들은 놀이의 3요소를 모두 갖춘 셈입니다. 자발적으로 놀이에 몰입한 형제들은 창의적인 비행기를 만들어내고 성취감을 가집니다. 그리고 다음번에도 그들은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어 낼 것이에요.
쉽게 전자기기를 접할 수 있는 요즘 어린이들은 심심할 겨를이 없어 보입니다. 영유아기 아기들조차 부모님들께서는 심심해하는 것 같다는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심심하면 좀 어떤가요? 어른들이 억지로 재미를 '조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심심함 속에서 창의력이 샘솟으니까요. 이렇게 알아서 잘 노는 친구들을 보면서 '뭐 하고 놀아줄까?'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저절로 '놀이근육'이 만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야호 비온다!>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같은 작가였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놀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놀이의 의미를 잘 담아놓은 그림책입니다. 과연 칼뎃코 상을 2번이나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구나 싶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집에 고장난 물건들을 찾는 과정에서 아빠는 '자동차', '텔레비전'을, 엄마는 '유모차'와 '이불보', 고장난 '다리미'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성역할을 구별짓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자동차를, 아빠가 유모차를 발견하는 식으로 바꿔서 그렸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서평은 연못지기 서평단으로서 비룡소에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