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TMI 모드로 전환한다.
[예시 1]
20대 때 모 자동차 회사 공채에 지원한 적이 있다. 면접을 보는 시점까지도 그 분야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어떤 말을 주워섬길지라도, 무지와 무관심은 순식간에 드러나고 만다. 회사는 나에게서 아무 비전을 보지 못했을 테고 당연히 날 채용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하다못해 그 분야에 관련된 개론서 한 권이라도 읽고 가는 성의를 보였더라면 좋았을걸 싶다. 어차피 합격하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읽은 책에서 얻은 지식의 잔재는 세월이 지나도 미약하게나마 살아남았을 것이다. 언젠가는 불이 붙을 만한 불씨가 그 안에 잠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예시 2]
얼마 전에 외국어 시험을 봤는데, 예기치 않은 난관이 있었다. 외국어 실력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 무엇이 문제였을까?
스피킹 테스트에서 제시된 주제에 대해 아무 아이디어도 떠올릴 수 없었다. 어찌저찌 앞뒤 안 맞는 아무말대잔치로 위기를 모면하긴 했으나, 답변의 퀄리티는 그야말로 형편 없었다.
복잡한 주제가 주어진 것도 아니다. 하나같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들이었으나, 평소 그 주제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한 적이 없었으므로 단시간내에 설득력 있는 주장을 생각해 내기가 어려웠다.
실제 문항 중 하나는 '도심의 교통 체증 해결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과학 4.0>을 읽고 알게된 내용 중 참고하면 좋았을 만한 사례들이 있었다. 그 중 2가지를 간단히 소개해 보겠다.
사례 1)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
영화에서나 보던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를 곧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국내에서 2025년 상용화가 목표이며, 2035년 이후에는 이용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사례 2) 자동차 구독 서비스(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이후)
자율주행자동차가 대세가 되면, 굳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원하는 시간에 승차했다가 하차하면, 자율주행자동차는 다른 이용자의 행선지로 알아서 이동한다. 차를 소유함으로써 수반되는 잡일(주유, 수리, 세차 등)을 할 필요 없이 사용 시간에 맞춘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렌터카처럼 번거롭게 차를 수령하고 반납하는 행위도 필요 없어진다. 비로소 온전한 의미의 차량 구독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된 지식을 그 당시에도 알았더라면, 이를 바탕으로 질문에 답하기가 무척 수월했을 것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 디테일하게 모를지라도, 작은 힌트라도 있으면, 보다 수준 높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냥 '무언가'라도 읽은 경험이 의외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류의 책을 읽다 보면, "아, 이런 식으로도 가능하구나!"하고 종종 탄성을 내지르게 되는데, 이러한 깨달음이 차곡차곡 쌓여 사고를 더 유연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예컨대, "태양광 발전은 효율이 떨어져 이론적 발전량의 15% 정도의 전력만 생산 가능하다"는 문제를 책을 통해 인지했다고 치자. 이어서 읽다 보면, "지구 대기권 '밖'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여 지상에서의 감소 요인을 해결하는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듯 활자만 읽었을 뿐인데,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을 경험하게 되는 희열의 순간들이 있다.
이러한 지적 희열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보다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