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방화 TURN 8
조영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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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의 미스터리 범죄 수사극으로,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보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맞물려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범죄 수사의 팽팽한 긴장 위에 인물의 내면 서사가 촘촘히 겹쳐져,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고 속도감 있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의 얼굴과 동시에 흔들리고 고민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 함민이 점점 더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함민과 강력1팀 팀원들이다. 함민은 '셜록 함스'라는 별명답게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복잡한 사건을 풀어내는 뛰어난 형사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방화 충동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스스로도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존재다. 그의 결함은 사건이 막힐수록 더욱 선명해지고, 3편에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실책'을 범하고 좌절하고 만다. 범인을 좇는 과정과 자기 자신을 통제하려는 싸움이 나란히 전개되어, 자연스럽게 수사의 결과만큼이나 함민이 끝까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또한, 함민과 함께 활동하는 강력 1팀 은나, 진석, 이삭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현실적이지만, 서로를 신뢰하고 버티는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있기에 냉혹한 범죄 서사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촉법소년, 층간소음, 마약, 전세사기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실제 뉴스에서 접했을 법한 범죄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 읽는 내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저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다루되 오히려 왜 이런 범죄가 발생했는지를 묻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괴담과 사건이 엮어지고 풀어내는 방식은 새롭고 긴장감 있었다. 도시괴담이 단순한 흥미 요소가 아니라 사건의 실마리가 되고, 때로는 범죄 심리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구성이 독특했다.

<마지막 방화>는 죄책감과 자기혐오가 만들어낸 그늘에서 살던 함민이 30년 전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범죄를 다루는 소설이면서도,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누구나 마음속에 위험한 불씨 하나쯤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곧 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메시지가 오래 여운으로 남았다. 함민처럼 우리도 각자의 결함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우리의 전부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사회의 어둠과 개인의 트라우마를 동시에 비추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아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좋아진다.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죄책감은 그대로지만 버티다 보면 아주 조금씩 나아진다. 그냥 그렇게. 그게 삶이란 거다."
"차라리 그냥 죽으면 안 돼요?"
"살인자에겐 자기 멋대로 죽을 자유 따위 없다." - P49

아무리 흑에 가까운 회색이어도 흑은 아니다. - P105

무의식 어딘가에 이때의 다짐이 남아 있던 건 아닐까. 이것밖에 자신을 구원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저 그것에 집중한 건 아니었을까.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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