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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서평단 알림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고든 뉴펠드 외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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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모집에서 책 제목을 봤을 때 왠지 끌렸고 결국 읽게 됐다.
제목에서 어디를 가든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딸애와 나의 모습이 연상됐다.


저자는 아이가 자연적으로 부모 품을 떠나게 되는 그 순간까지 아이의 손을 놓지 말라고 얘기한다.
가능한 오래 애착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라고 얘기한다.
굳이 아이들끼리 어울리게 하고, 부모의 품에서 내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책 표지에서 밝힌 것처럼 아이들에게 친구는 중요하지 않고, 아이의 (미성숙한)친구들은 오히려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저해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어릴 때부터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아이의 친구들은 오히려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저해할 뿐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마음이 불편했다.
저자의 주장에 반박하고 싶었고, 얼마나 논리적으로 자기의 주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우선 저자가 중요시하는 부모와 아이와의 애착관계를 언제까지 유지시켜야 하는 게 첫번째 드는 의문이었다. 어른이 되어서까지 엄마아빠의 결정을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면 곤란하지 않은가!
그것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제대로 된 아이라면 '자연적'으로 성숙하게 되고 자연적으로 사회화의 과정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궁금했던 점은 시간을 내기 힘든 맞벌이 부부의 경우는 어떤 식으로 아이와 애착관계를 맺어야 하느냐는 방법이었다.
그에 대한 답은 '애착을 형성하는 6가지 방법'에 제시되어 있는데, 신체적 접촉, 자신이 누군가에게 중요하다는 느낌을 갖는 것, 따뜻한 느낌, 속내 드러내기 등이다. 대부분의 직장맘들이 알고 있는, 신체접촉과 사랑한다는 표현으로 요약될 수 있다.


또래와의 사귐이 꼭 나쁘기만 한 건지, 또래와의 건전한 경쟁을 통한 발전과 같은 긍정적인 측면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가 마지막으로 드는 의문이었다.
이에 대한 답은 미숙한 아이들에게 있어서 또래와의 '사귐'이란 의미가 없고, 단지 어울려서 노는 것만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정은 상호 존중과 개성이라는 굳건한 바탕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숙에 도달하고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가능하게 되기 전까지 인간에게 진정한 우정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딸아이가 학원에 데리러 와달라고 할 때는 부지런히 가야지.'
'잠잘 때 발길질을 하더라도 참아내야지.'
'중학교때까지는 학과공부를 위해 학원을 보내지 말아야지.'
'딸아이가 놓자고 할 때까지는 지금처럼 딸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일을 계속 해야지.'
책을 읽어가면서 위의 다짐들을 하게 된 것을 보면, 저자의 주장이 꽤 설득력이 있었다고 인정하게 된다.

단,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이해하기 힘든 경우들이 꽤 있다는 것, 오탈자가 있고, 부록에 나와 있는 어휘해설에 페이지수가 나와 있지 않다는 것, 어떤 사람에게는 책이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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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 지식의 사슬 시리즈 1
김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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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세계사를 배우기 시작한 한 아이가 물었단다. 국사가 다 끝난 다음에 세계사가 시작된 거냐고. 나중에야 질문의 의미를 파악한 교사는 황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단지 재미있기만 한 사람이 있을까? 국사와 세계사를 따로 배우면서 동시대의 우리나라와 세계의 역사를 같이 알 수 없다는 아쉬움은 누구에게나 클 것이다.

표지에는 수원 화성의 화서문과 불상, 도도한 루이 14세와 설교하는 무함마드 그림을 전부 배치하여 국사와 세계사를 아울러서 설명하고자 한 이 책의 의도를 드러내었다. 너무 많은 그림을 배치한 감이 없지 않으나 하얀 바탕에 큼직한 제목으로 중심을 잡아 복잡한 느낌은 주지 않는다. 손에 착 감기는 종이의 질감이 좋고, 화려한 칼라사진, 연표, 그림 등이 보는 내내 시선을 사로 잡는다.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은 크게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마다 5~7개의 토픽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토픽의 내용은 국사에서 배운 한 가지 사실에 대해 대응되는 세계사 사실을 매핑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고대의 첫 번째 토픽 제목은 ‘고인돌과 피라미드’이다. 내용은 우선 고인돌에 대해서 설명을 한 다음에 세계에서 고인돌에 대응할 만한 역사적 유물인 피라미드에 대해서 설명한다. 고인돌은 기원전 1000년 경에, 피라미드는 기원전 3500년 경에 만들어졌는데, 그때는 청동기시대였으며, 원시공동체에서 지배자가 있고 피지배자가 있는 계급사회로 넘어갔음을 알려준다는 것을 설명한다.

사실의 나열만 가지고 된 역사책은 재미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름의 역사관을 정립하는 데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지식 이상의 것을 전달한다. 조선에서 영조,정조가 집권하면서 강력한 왕권을 구축했던 시기에 서양에서는 루이 14세, 엘리자베스 1세 등이 그런 역할을 했었다는 것. 차이점이라면 새로운 정치 세력이 성장했느냐 아니냐는 것. 서양에서는 새로이 등장한 자본주의 세력인 시민 계급이 절대 왕정의 후원 아래에 성장했지만, 영조와 정조는 새로운 사회 세력인 상공업자들을 키우지는 못했다는 것. 이런 부분을 읽을 때는 무릎을 탁 쳤다. 세계사를 웬만큼 알지 않고서는 이런 해석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옥에 티라면, 지도가 부족하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을 볼 때는 지도를 옆에 놓고 보면 좋겠다는 것. 그리고 야마토 정권 연도를 서로 다르게 표시한 페이지(32쪽, 66쪽)가 있다는 것, 가끔 오자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이 책의 장점에 비한다면 눈감아 줄 정도이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이 많이 나열되어 있으므로, 국사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의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겠다.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으로만 세계사를 알기에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세계사 수업을 듣기에 앞서 예습용으로 사용해도 되고, 세계사를 배우고 난 다음에 되새기면서 역사적 사실의 의미를 캐물어 볼 때도 도움이 많이 된다.

사람들은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 자신의 과거를 되새겨 보면서 잘못된 점은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므로 지나간 역사를 왜 배우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나간 역사를 알지 못하면 미래에도 희망은 없다고. 능동적으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신도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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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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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가다 기분이 처지는 때가 있다. 특별한 일이 일어난 건 아닌데, 기분이 우울하다. 이 책은 무엇 때문에 우울한 건지는 모르지만 그 우울모드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을 때 보면 좋은 책이다. 

이 책을 틈틈이 읽고 있는 중에 한 번 우울함이 찾아왔다. 예전 같으면 우울한 이유도 모른 체 참아내거나 벗어나기 위해서 잠을 자거나 사람들을 만나려 했을 것이나, 이번에는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작가가 어떤 기분이 들 때마다 그 원인을 찾아내려 차분히 생각한 것처럼, 책을 읽어가면서 내 우울함의 원인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정상적인 기분이 되었다. 우울함을 참고 극복하려 하는 것보다 그 원인을 캐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고 시간도 덜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가 집을 팔아 떠났던 외국 여행의 기록이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에 관심이 많고, 정신분석을 받았던 경력이 있는 작가는, 여행 중 만났던 사람들, 풍경들, 미술작품들에서 받았던 인상들을 풀어낸다. 우울, 무의식, 사랑, 공포, 질투 등 인간의 감정을 얘기하고, 정신분석학적 지식으로 그 감정을 분석한다. 정신분석학자가 보기에 어설픈 문구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작가의 분석이라서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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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3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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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적 독서지도를 배우면서 가장 가슴에 와닿는 얘기는, '자기와 같은 어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얘기(책)는 독자를 편안하게 하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 책은 허구여도 상관없지만, 이 책과 같이 자전적 소설이라면 그 효과는 더 클 것이다.

작가의 30대 중반까지의 삶의 이력을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대학 입학까지, 2권은 대학 졸업까지, 3권은 36세까지 '그 여자'가 걸어온 길에 대해서 쓰고 있다. 자신의 성장과정을 낱낱이 밝혀 적고 있으며, 등장인물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실이다. 부모의 불화 때문에 12살부터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했고 그 후로는 어떤 명절, 기념일에도 가족이 모여본 적이 없다는 외로움 , 대학입학 후 짝사랑하는 학생이 생겼는데, '그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 그 마음을 접어야 했던 괴로움, 더 싼 자취집을 찾아 전전해야 했던 가난, 그리고 27세까지 '그 남자'의 일방적인 사랑에 휘둘리며 지냈던 세월에 대한 회한을 적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의지와 아무 상관없이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그래서 '이런 어려움은 참고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산 사람이라면, 작가의 마음을, 그 세월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휘두르는 한 사람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그저 참기만 했던 그 여자를 이해할 수 있다. 나만 힘든 시기를 거친 게 아니구나, 나보다 더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아픔이 조금 치유되는 것 같다. 내가 겪었던 어려움들, 그것에서 파생된 묻어놓은 아픔들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치부라고 할 수도 있는 얼룩진 자신의 과거를 이렇게 솔직하게 내놓은 작가의 용기에 놀랐다. "네 얘기를 쓰지 않으면 앞으로 소설을 세 편 이상 쓰지 못할 거야."라는 친구의 말에 책을 쓸 생각을 했다고 하니, 이 책을 쓴 후 받게 될 세간의 관심보다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 더 두려웠던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작가가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왜 글을 쓰려고 그래요, 힘들게."라는 말을 했다는데,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만이 삶의 희망인 사람들이 써야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부모의 불화나 성폭행, 또는 가난 때문에 힘들었고 지금도 그것 때문에 아픈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길 권한다. 자신의 아픈 부분이 많이 치유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얼마나 절실하게 원해야 갈 수 있는 길인지를 처음부터 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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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에게 길을 묻다 2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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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작인 경우 줄거리를 요약해서 나온 다이제스트는 피한다.’
어린이를 위한 독서지도 책에 나오는 말이다.
어린이의 경우 다이제스트판으로 나온 명작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명작의 향기를 맡아보지도 못하고 읽은 권수만 늘려 아이를 근거없는 우월감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안 좋은 경우이다.
‘명작에게 길을 묻다2(송정림 지음,유재형 그림,갤리온 펴냄)’는 명작의 다이제스트판도 아니고,어린이를 위한 책도 아니다.
명작 41편에 대한 줄거리 소개와 작가의 감상을 담아,명작 중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하는 고민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외관이 뛰어나서 소유하고 싶은 물건이다.
표지의 큰 반 정도를 덮고 있는 띠지에는 비가 내리는 어스름한 광장에서 트렌치코트를 입은 신사들이 우산을 받치고 걸어가고 있는 모습의 유화가 있다.
클래식한 그림이 책의 분위기를 흠씬 느끼게 해준다.
책을 들춰보면,어떤 작품에 대한 소개 부분인지 알 수 있도록 페이지마다 오른쪽 하단에 아주 작은 글씨로 표시해 놓아서 편집에 신경 많이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일곱 편으로 나누어져 있는 각 장마다 두 페이지에 걸쳐 있는 유화는 들판과 숲을 그려 놨고 간간이 거기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격조 있는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는 유화를 배치하면 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다.
소개글의 중간에 있는 삽화들은 책의 내용을 압축시켜 하나의 컷으로 만든 것들인데,쉽지 않은 주제를 한 컷으로 표현해 놓은 걸 보니,미술가도 머리가 영민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은 물론이고 그림들,좋은 종이,활자체 등이 공을 들여 만든 작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초판 1쇄임에도 불구하고 오탈자 하나 없다는 것도 놀라웠다.
작품의 소개가 끝난 후 명작의 작가들이 부록으로 실려 있는 것도 좋았다.
단순히 연대기적인 소개로 그치지 않고 재미있고 특징적으로 작가에 대해 소개했다.

책은 일곱 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1장은 ‘떨림,설렘,미열의 혼란’이라는 부제 하에 바라보기만 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사랑에 대한 작품을 모았다.
그 중 전체 41편 중 3편이 속한 우리나라 명작 두 편(‘소나기’,‘메밀꽃 필 무렵’)이 여기에 속한다.

2장은 주로 열정적,적극적 사랑에 대한 작품들에 대한 소개를 모았다.
그 중 헝가리의 대문호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이라는 작품이 눈에 띈다.
둘도 없는 친구와 아내의 부정 때문에 친구를 기다리며 41년 동안 외부 세계와 단절한 채 산 사나이의 이야기이다.
사나이는 친구로부터 진실을 듣기를 기다렸으나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41년 간의 감옥을 만든 것,가둔 것,거기서부터 나온 것은 모두 친구,아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한 일이라는 것,어떤 기억,시간,사람이라도 그 대상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복수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작가의 해석이 가슴에 와 닿았다.

3장은 ‘조용히 스며들었다 눈처럼 스러지는 것’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몰입,메타포,희망 등에 대한 작품 소개들을 모았다.
영화 ‘일 포스티노’로 제작된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대상도 모르면서 무작정 기다리는 ‘고도를 기다리며’,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소설을 읽고 싶어하는 ‘연애소설 읽는 노인’,희망 고문에 대해 말하고 있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등의 작품들이 이 장에서 소개된다.

4장은 ‘내 생에 부는 바람’이라는 부제 하에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그 중 ‘부활’에 대한 작가의 글-‘누구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이..’-은 위안이 된다.
반면에 ‘몽테크리스토 백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우리를 긴장시킨다.
‘자신의 목소리는 목구멍의 진동을 통해 듣게 돼 있으므로 잘 알 수가 없다.때문에 막상 녹음해서 들어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목소리와 너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나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그 외에 읽으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도 이 장에 속해 있다.

5장은 아낌없이 주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나무(‘아낌없이 주는 나무’),남편(‘인생의 베일’),친구(‘베니스의 상인’),어머니(‘나라야마 부시코’)가 어떻게 사랑을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보여준다.
반면에 남편의 사랑에만 기대어 가려고만 한 여인의 삶을 보여준 ‘인형의 집’,‘여자의 일생’도 이 장에서 소개된다.
이 중 ‘나라야마 부시코’는 노인이 된 부모를 산 속에 내다버렸던 일본의 풍습을 그린 작품인데,어떤 상황에서도 오로지 자식을 사랑하는 노모의 마음이 절절히 전해진다.
정신을 차리고 맞닥뜨리기조차 싫었을 과거의 비인간적인 풍습을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킨 일본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6장은 ‘마음으로 봐야 마음이 보입니다’라는 타이틀로,외모는 비루하지만 마음만은 진실했던 사람들을 그린 네 작품(‘노트르담의 꼽추’,‘벙어리 삼룡이’,‘비곗덩어리’,‘엘리펀트맨’)과 보잘 것 없는 신분과 인격을 가진 사람이지만 우리가 더 보듬어줘야 할 사람의 전형을 보여주는 ‘아큐정전’이 소개된다.
그 중 모파상의 ‘비곗덩어리’는 작가의 짤막한 소개글만 보고서도 모파상의 잔인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몸 파는 여자를 멸시하던 사람들이 그녀의 음식을 먹을 때와 그녀로 인해 자신들의 목숨을 구할 때만 그녀를 이용하고 그 이외에는 고상을 떨며 그 여자를 업신여기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사람들의 편견과 이기심이 이 정도일까,아니야,이 정도는 아닐 거야 라며 마음속으로 손사래를 여러 번 치게 한다.

7장은 천국도 될 수 있고 지옥도 될 수 있는 이 세상에 대한 글들이다.
이 중 ‘멋진 신세계’에 대한 작가의 감상이 와 닿는다.
‘모든 편리가 행복의 척도는 아니라는 것을...모든 욕망이 거세되고,걱정을 도려내고 불행을 차단시켜버린 행복은 결코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계급이 정해져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꿈을 이루기 위한 고통과 갈망도,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사라져버릴 것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효과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 이 책은 명작에 대한 개괄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잔잔한 수필을 읽은 것 같은 마음의 편안함을 줄 것이다. 강렬하지 않고 서늘하며,이성적이지만 날카롭지 않고 훈훈한 느낌.
서늘한 날씨에 들판에 앉아 조용히 사색하며  조근조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를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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